“생존왕 DNA 깨운 건 ‘4원칙’ 지켜준 선수들…일단 부산전 올인”
요즘 인천 축구가 뜨겁다. 어느 해보다 최악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일찌감치 K리그2(1부리그) 강등이 점쳐졌던 인천이 막판에 마법처럼 다시 살아나 ‘뒤에서 2등’ 수원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재작년 ‘안데르손 동화’, 지난해 ‘유상철 매직’에 이어 올해는 시즌 하반기 부임한 조성환(50) 신임 감독의 빠른 수습이 인천의 ‘생존왕’ 본능을 다시 일깨웠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9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부임 직후 내가 강조한 △원팀(One team)△기본△소통△경쟁이란 4원칙을 잘 따라준 덕이 크다”며 “처음엔 선수들이 자포자기했던 모습들이 보였는데 이젠 다들 (잔류를)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며 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인천의 성적은 확 달라졌다. 인천은 조 감독 부임 전인 8월 초 광주와 14라운드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승점 5점만 쌓아왔다. 조 감독 부임 이후 5경기 성적은 3승 2패. 그가 부임하기 전 3달 동안 거둔 승점을 부임 후 단 3경기만에 넘어섰다.
앞선 두 경기가 한 골 넣고 버틴 ‘꾸역승’이었다면, 6일 19라운드 강원전 3-2 승리는 한층 발전한 결과다. 무고사(28ㆍ몬테네그로)가 후반 6분부터 19분까지 단 13분사이 3골을 몰아넣으며 지난 라운드에 전북을 꺾고 분위기를 탄 강원을 제압해버렸다. 이 승리로 수원은 11위 수원삼성과 격차를 3점차로 좁혔다.
조 감독은 부임 한 달 간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지우고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장 사용 등에 제한이 있었던 2군 선수들의 훈련이 조금 어려웠던 때문인지 동기부여가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었다”며 “이 선수들이 조금 더 1군 합류 가능성을 꿈꿀 수 있게 했고, 1군 선수들에게도 경쟁심을 심어줬다”고 했다.
경쟁심은 결과로 이어졌다. 늦었지만 시즌 첫 승과 2연승을 경험한 선수들은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 감독은 “승리 후 라커룸에서의 기쁨을 만끽한 선수들에게 ‘라커룸을 나가는 순간 즐거움은 잠시 잊자’고 했다”며 ”2연승 후엔 선수들에게도 긴장을 늦추는 건 아닌지 돌아보자고 주문했고, 나 또한 돌아봤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조 감독은 “이제부턴 실수 한 번 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무고사의 부활도 고맙다. 재작년 19득점, 지난해 14득점으로 활약했던 무고사의 올해 상반기 활약은 아쉬웠다. 시즌 첫 골은 무려 7경기만에 터졌다. 조 감독은 “팀을 맡은 뒤 선수 이동데이터를 들여다봤는데, 스트라이커로서 필요한 수준에 조금 못 미쳤다”며 “그 점을 설명해주며 소통하고 난 뒤 득점력이 터져 줘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게다가 최근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를 치른 몬테네그로 국가대표에 선발됐지만 의무차출 대상에서 빠지면서 팀에 남은 점은 인천으로서도 큰 행운이다.
조 감독은 이제 잔류를 향해 달려간다. 물론 아직도 인천은 강등에 가장 가까운 위치지만,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본인 뿐 아니라 팬과 가족들을 위해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부임 후 서포터들이 ‘패배의 고통이 너무 오래 지속됐다’는 얘길 듣고 가슴 아팠다”며 “지고 돌아온 선수를 맞는 가족들의 고통도 클 것 같아 이들을 위해서라도 한 발씩 더 뛰자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매 경기 마지막이란 각오로 임할 것”이라며 “다가오는 13일 열릴 부산전에 올인 하겠단 각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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