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형, 심종원, 아버지가 뛰던 무대 노크
과거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거포의 아들들이 아버지가 뛰었던 무대의 문을 두드렸다.
1994년 좌타자 첫 홈런왕 출신 김기태(51) 전 KIA 감독의 장남 김건형(24), 2003년 이승엽과 대포 경쟁을 하며 53홈런을 쏘아 올린 심정수(45)의 장남 심종원(23)은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미국 대학에서 야구를 하다가 이번 트라이아웃 참가를 위해 귀국한 둘은 10개 구단 스카우트가 지켜보는 가운데 타격, 수비, 주루 능력을 선보였다. 스카우트의 공통적인 평가는 아버지같은 거포 유형이 아닌 단타나 중거리 유형의 타자라는 것이다.
김건형과 심종원 역시 트라이아웃을 마친 뒤 “아버지와 다른 스타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키 182㎝, 몸무게 83㎏의 김건형은 “후회 없이 했다”며 “중거리 타자로 공을 맞히는 것에 자신 있다”고 밝혔다. 또 키 180㎝, 몸무게 78㎏인 심종원은 “타격에서 뭔가를 보여주려다 너무 힘이 들어갔다”며 아쉬워한 뒤 “아버지처럼 50홈런까지 치는 타자가 아니고 15~20개 정도 칠 수 있는 타자”라고 소개했다.
KBO리그에서 닮고 싶은 선수로는 둘 모두 야구인 2세로 공통점이 많은 이정후(22ㆍ키움)를 꼽았다. 김건형은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김기태”라면서 웃은 뒤 “야구인 2세로 좋은 사례를 만든 이정후 선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심종원 역시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리는 왼손 타자는 다 좋아하지만 이정후 선수는 야구인 2세를 떠나 나와 비슷한 스타일이라 특히 더 좋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둘은 우투좌타에 포지션도 외야수로 같다. 그래서 이날 처음 만났는 데도, 둘이 붙어다니며 대화를 자주 나눴다. 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일단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가 다르다. 김건형은 미국에 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야구를 정식으로 배웠고, 대구에서 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심종원은 12세에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줄곧 선수의 길을 걸었다.
이들은 또한 아버지와 소통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김기태 전 감독은 아들과 야구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3년 전 미국 언론과 인터뷰 당시 김건형은 “야구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소속팀 코치에게 여쭤보라고 하셨다”며 “아버지와 코치 모두한테 야구를 배우면 혼란스러울 거라 생각하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날 역시 야구장으로 오기 전 부자는 열 마디 말보다 하이파이브 하나로 대신했다. 반면 심정수는 아들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심종원은 “아버지가 배팅볼을 던져주고, 펑고도 쳐줬다”며 “동생도 야구를 하는데 아버지와 나, 동생 셋은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야구 얘기만 한다”고 말했다.
프로 구단 스카우트 앞에서 자신을 어필한 둘은 이제 21일 열리는 신인드래프트 결과를 기다린다. 스카우트의 시선은 냉정히 ‘프랜차이즈급 스타’가 될 선수는 아니지만 잠재력을 보고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할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A구단 스카우트는 “김건형은 송구나 타격하는 걸 보면 뭔가 어설픈 것 같은데 손목을 사용하는 일관성이 뛰어나다”며 “플레이가 부드러움 속에 침착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심종원은 타격 폼이 엄청 멀리 치는 것처럼 치는데 힘이 좀 떨어진다”면서도 “송구를 보니까 공을 던질 줄 알고, 탄력이나 운동 능력이 일품”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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