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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주도 건강보험 개편 움직임에...경영계까지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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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주도 건강보험 개편 움직임에...경영계까지 '발끈'

입력
2020.09.08 18:30
수정
2020.09.08 18:5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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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ㆍ정 협의체 논의 대상에 건정심 포함되자?
경영계ㆍ노동계ㆍ사회단체 일제히 반발?
의협 손에 맡기면 '건보료 인상 불가피'?
한의사협, 간호사협도 "의협만이 의료계는 아냐"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박능후(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보건의료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020.09.08.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박능후(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보건의료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020.09.08.photo@newsis.com

전공의 등 의사들이 집단 휴진을 접는 대가로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함께 건강보험 심의기구의 구조를 개선하는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것과 관련, 노조와 시민단체는 물론 경영계까지 반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에게 유리한 방식의 개편은 결국 건보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논란의 발단은 4일 보건복지부ㆍ의협 간 합의문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 등 주요 의료 현안을 의제로 하는 의ㆍ정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적시한 부분이다. 건정심은 가입자의 건강보험료와 진료비 등을 결정하는 건강보험 정책 관련 최고 의결기구다. 68조원에 이르는 건보 재정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를 두고 납부자를 대표하는 위원 8명(양대노총, 경제단체, 소비자ㆍ환자단체 등)과, 의료 공급자를 대표하는 의료ㆍ약업계 위원 8명(의사, 병원,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등 협회)이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중재 역할을 맡는 정부, 공공기관, 학자 등 공익위원 8명까지 건정심 위원은 총 24명으로 구성된다.

이 ‘8대 8대 8’의 구도가 의사들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 의협 주장이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의 안덕선 소장은 8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공급자는 근로 제공 단체이고, 가입자는 사용자라 볼 수 있는데 공익위원과 가입자위원이 한편이 될 때가 많아 사용자와 근로 제공자가 1대 1이 아닌 16대 8로 협상하는 왜곡되는 구조”라며 “이런 구조로 인해 턱없이 낮은 건강보험 수가 등 의사의 희생을 강요하는 왜곡된 의료체계가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복지부가 자신들 의향대로 결정되도록 건정심 공익대표를 임명 또는 위촉하고 있다’는 2004년 감사원 감사 결과를 정부가 개선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공급자와 나머지 비공급자가 동수(同數) 위원을 갖는 1대 1 구조가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건정심 위원 구성은 의ㆍ정 협의체에서의 핵심 안건이 될 전망이다.

박능후(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홍인기 기자

박능후(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홍인기 기자

하지만 의협에 이런 판을 깔아준 복지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직장가입자 건보료의 50%를 부담하는 기업들을 대표해 건정심에 참여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의협 주도의 건정심 개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동욱 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은 “건보 재정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일에 당연히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는 가입자가 의료계보다 더 많은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도 가입자 위원이 너무 적은데 공급자 비중을 지금보다 더 늘리면 직장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정심 구성원인 노동계와 소비자단체 역시 의정 합의에 반대하고 있다. 건정심 위원 12분의 1(위원 24명 중 2명)에 불과한 의협에 휘둘려 복지부가 의협과 단독으로 건정심 구조 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신승일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주재한 간담회에서 “건보 가입자 단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건정심 기능을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고, 나순자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위원장도 “의사단체 진료거부에서 쟁점도 아니었던 건정심 구조개편을 독자적인 의ㆍ정협의체의 논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꼬집었다. 건정심 위원으로 참여하는 대한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등 다른 공급단체도 의ㆍ정 협의체에서 보건의료정책이 논의되는 점에 반발하고 있다.

의협의 주장대로 하면 건정심 자체가 공회전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가입자는 돈을 덜 내려 하고 공급자는 더 받으려 하는데 위원 수를 동수로 하면 논의에 진전이 없을 것”이라며 “매년 가입자 위원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익위원들이 건보료율 인상에 앞장서는 등 공익위원이 꼭 가입자 편을 드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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