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동물원 실내 방사장 가보니
딱딱한 시멘트 바닥 대신 '흙' '나뭇잎' 깔려 있어?
동물 건강 해치는 인공바닥, 자연소재로 바꿔야
프랑크푸르트 동물원은 1858년 문을 연, 독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동물원이다. 저명한 동물 백과사전을 집필한 버나드 지믹(Bernhard Grzimek)이 약 30년간 동물원장 자리를 맡았던 곳이다. 그의 이름을 딴 야행성 동물 전시관 '지믹 하우스'와 고양이과 동물 전시관 '캣 정글', 그리고 유인원들을 위해 지은 '보고리 숲' 등이 있다. 이 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자연 소재를 사용한 실내 방사장 바닥이었다. 사자들은 모래 위에 앉아 있고, 고릴라들은 킁킁대며 나뭇잎 사이에서 음식을 찾았다. 새끼 보노보는 나뭇가지를 흐트러뜨리며 흙 바닥에서 놀고 있었다.
야생동물들이 자연에서 땅을 밟고 푹신한 낙엽, 풀, 또는 나뭇가지 위에 눕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동물원, 특히 그 중에서도 오래된 동물원이나 체험 동물원을 보면 시멘트나 타일 등 인공 바닥 위에 누워있는 야생동물들이 많다. 재질은 인공 그대로지만 눈속임으로 자연의 색인 갈색이나 초록색을 발라 놓은 곳도 있다. 발전한 프랑크푸르트 동물원에도 여전히 과거 그대로인 전시관이 보였다. 하늘색 타일이 화장실처럼 갈색거미원숭이와 검은코뿔소의 실내 생활 공간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러한 전시관들은 동물복지보다 '위생'만을 중요시하던 60, 70년대에 크게 유행했다.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나에게 그 장면은 마치 자연에서 동물을 도려내 엉뚱한 곳에 붙여 만든 콜라주 같았다.
내부 환경은 특히 추운 겨울 실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하는 동물들에게 중요하다. 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그들에게 자연 소재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편의 때문이다. 호스로 물을 뿌려 청소를 하는 데 흙이 있으면 그런 청소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공 바닥은 동물이 흙을 팔수도 없고, 숨을 수 있는 굴을 만들지도 못하는 등 행동이 제한된다. 낙엽이나 지푸라기를 따로 주기도 하지만 일시적이고 충분하지 않을 때가 많다. 딱딱한 바닥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찰 때문에 피부가 상할 수도 있다. 물 청소 후 제대로 마르지 않은 바닥에서 생활하면 세균이나 곰팡이에 감염되기도 한다.
반면 바닥에 흙이나 지푸라기, 나무껍질 등이 있으면 동물은 푹신한 바닥에서 생활하고 그 안에서 먹이를 찾아먹는 등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수 있다. 청소도 더 쉽다. 배수가 잘 되도록 쌓은 후, 구멍이 난 방수 타일이나 고무 매트 등을 아래에 깔아주면 오줌은 빠지고 고체인 분변만 집어내면 된다. 아래로 내려간 배설물은 바닥 배수구로 빠지거나 분해되니, 일정 시간이 지나고 전체를 갈아주면 된다. 프랑크푸르트 동물원은 2008년 유인원 전시관을 리모델링할 때 딱딱한 바닥을 뜯어내고 50㎝이상의 깊이로 나무껍질을 깔아주었다. 이는 전체적인 교체 없이 수 년간 유지됐다고 한다.
최근 동물 복지에 관한 인식이 높아지며 많은 동물원들이 점차 인공 소재를 자연 소재로 바꾸고 있다. 바닥 하나 바뀐다고 해서 동물의 삶이 궁극적으로 나아지겠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곳에 동물들이 갇혀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지금도 타일이나 시멘트 위에 누워있을 동물들을 위해 바로 할 수 있는 일을 미루지 않길 바란다. 원하는 곳에 가지 못하고 한 곳에서 오랜 기간을 지내야 하는 존재의 삶을 알만한 시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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