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속히 번지던 코로나19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다. 8일 신규 확진자는 136명으로, 엿새째 100명대로 억제하는데 성공했다. 음식점의 영업 시간을 제한하고 프랜차이즈 카페, 빵집 등은 배달ㆍ포장영업만 가능하게 하는 등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어느 정도 효과를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걱정거리는 3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다. 설과 함께 가장 큰 명절인 추석 즈음해서는 전국적으로 3,000만명 이상이 이동한다. 이번 연휴는 닷새나 된다. 먼 거리를 이동한 가족이나 친지 모임에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의 이동이 많았던 지난 5월 연휴 이후 이태원 클럽 이용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었고 8월 광복절 연휴 이후에도 확산세가 가팔라졌다. 아무리 방역수칙을 잘 지킨다 해도 대규모 인구 이동이 감염병 확산의 불씨가 되리라는 점은 상식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정부는 “가족과 친지를 위해 가급적 집에 머물러달라”고 요청했다. 예년과 달리 고속도로 통행료를 징수하고 승차권 판매를 50%로 제한하는 조치도 내놨다. 그러나 국민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추석과 관련한 조치에 대해서는 “행정적 강제 사항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권고를 드리는 수준”이라고도 했다. 이동 제한 조치는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만 풍속에 반한다는 점, 경제에 주는 영향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고민은 이해가 가지만 ‘권고’만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을 제한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추석에 장거리 이동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동 벌초 및 추석 명절 모임을 금지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오는 등 방역을 위해서라면 이동 제한을 감수하겠다는 여론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는 흩어지기와 거리 두기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앞으로 며칠간 확진자가 의미 있게 줄어들지 않을 경우 추석 연휴에 한해 강력한 이동 제한 조치를 결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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