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지원 규모도 주먹구구 결정 가능성?
`어려운 사람 더 많이` 선별지원 원칙 무색화 우려
2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결정을 코앞에 두고도 여당과 청와대, 정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재난지원금을 애타게 기다리는 국민 사이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당정청은 '추석 전 지급'이라는 다급함에 쫓겨 황급히 총액부터 정해놓고 뒤늦게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면서 피해계층의 불안감과 '추석 전 지급이 가능하겠냐'는 의구심까지 키우는 셈이다. `어려운 사람을 더 두텁게 지원하자`는 애초의 선별지원 취지도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상공인 선별 기준 놓고 당정청 딴 목소리
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2차 재난지원금의 구체적 지급 대상과 규모, 방식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발표 이틀 전인 이날에도 당정청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상공인 지원 기준이다. 애초 정부는 매출감소 정도 등에 따라 차등 지원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민주당도 초기 이 원칙에 동의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상공인 매출 증감은 전년 대비로 살펴보겠다"는 구체적 기준까지 밝혔다.
하지만 당내에서 180도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추석 전 지급을 위해서는 매출이나 소득감소를 따지지 않고 피해업종에 일괄지원 해야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 담당 책임자는 이날 "매출감소를 따져보려면 오래 걸리고 복잡해, 소상공인의 매출 증빙은 생략하기로 했다"며 "매출이 높은 곳에는 대출 등 금융지원을 하고, 매출이 낮은 자영업자엔 일률적으로 지원금을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여당 내 기류 변화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금이 눈먼 돈도 아니고, 매출이 아니면 무슨 기준으로 선별지원을 하겠다는 거냐"며 "매출 감소 여부는 소상공인 지원의 중요한 기준"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청와대조차 당정과 결이 다른 의견을 냈다. 매출을 보되, 증빙 절차는 간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지원금을 사전심사 없이 드리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소상공인도 작년 매출액 기준에서 얼마 이하의 분들은 사전 심사 없이 최소 요건만 확인하고 드리는 방법으로 짜고 있다"고 말했다.
7조 지원 규모 정해놓고 뒤늦게 선별기준 마련
이처럼 당정청의 엇박자가 지속되자, 애초 `7조원 중반`이라 밝힌 지원금 규모가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6일 고위 당정청 회의 뒤 브리핑에서 "지원 계층과 대상 사업에 대한 통계를 종합 검토한 끝에 7조원 중반대 지원 규모를 확정 지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까지의 당정청 움직임을 보면, 구체적 지원 기준 없이 7조원대 지원 규모부터 정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높아진다.
소상공인 선별 기준을 매출로 하느냐, 전부 다 주냐에 따라 전체 지급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선별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전체 지원 규모를 확정 짓기 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주먹구구식으로 지원 규모부터 정하고 액수에 맞춰 지원하다보면 어려운 사람에게 더 도움을 주자는 선별지원 원칙까지 무색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별 기준을 둘러싼 당정청 엇박자에 재난지원금이 추석 전 모두 지급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재난지원금을 ) 전부 추석 전에 지급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상자 통보는 완료하려 한다"며 추석 전 미지급 가능성을 열어뒀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추석 전 지급 원칙을 지키느라 안 받아도 될 사람을 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저소득층과 영업을 아예 못한 소상공인 등 바로 확인이 가능한 계층 외에는 시간을 두고 선별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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