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0.2% 성장 전망에서 대폭 하향 조정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0% 아래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하반기에도 둔화되지 않자 기존 전망을 크게 수정한 것이다. 민간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하반기 경제가 상반기보다 어렵다고 봤고, 정부가 기대하는 'V자 반등'도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 -1.1%, 내년은 3.5%
KDI는 8일 발표한 'KDI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로 -1.1%를 제시했다. 지난 5월 성장률 전망치(0.2%)보다 1.3%포인트나 내려잡았다. 내년도 성장률 역시 기존 3.9%에서 3.5%로 낮췄다. 통상 5, 11월에 성장률 전망을 내놓는 KDI가 중간 시점에 전망을 추가로 수정한 것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됐던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KDI가 수정치를 내놓은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세가 5월 전망에서 제시했던 '기준 시나리오'보다 '하위 시나리오'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당시 KDI는 기준 시나리오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국내에서는 상반기부터, 해외에서는 하반기부터 둔화될 것으로 봤다. 반면 하위 시나리오에선 재확산으로 경기 회복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을 가정했다. 하루 평균 25만명대의 국외 확산세와 지난달 국내 재확산 추세를 고려하면 하위 시나리오가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하반기 더 어렵다… 이마저도 3단계 거리두기 없다는 가정"
KDI는 구체적으로 민간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민간소비는 올해 4.6% 감소한 뒤 내년 2.7%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이미 빠르게 감소한 서비스업 소비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당분간 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소비재 소비 역시 단시일 내에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올해 하반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없다고 전제한 전망치다.
수출은 올해 -4.2%의 감소율을 기록하고 내년 3.4%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KDI는 "주요국에서 6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세계교역량이 부분적으로 반등해 우리 수출 감소폭도 축소됐다"면서도 "향후 감염병 확산으로 인명피해가 확대된다면 방역조치 강화는 불가피하며 우리 수출의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KDI는 특히 올해 상반기 성장률로 -0.7%, 하반기 성장률로 -1.4%를 예상, 하반기 경제가 오히려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8월 재확산으로 5, 6월 완화됐던 민간소비 부진이 다시 위축될 것"이라며 "수출 역시 하반기 회복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V자 회복' 아니다"... 정부만 "올해 플러스 성장"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다. 올해와 내년의 연평균 성장률은 1.2%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정 실장은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정상 경로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며 "회복 속도가 상당히 느릴 것이며, 'V자 회복'은 아닌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확대되고 있는 미중 갈등도 한국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됐다.
KDI의 전망 수정에 따라 올해 플러스(+) 성장을 전망한 국내외 주요기관은 정부만 남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ㆍ-2.1%), 국제협력개발기구(OECDㆍ-0.8%) 등 국제기구는 물론 한국은행도 -1.3%를 예상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6월 전망치이자 목표치로 세운 '0.1% 성장'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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