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한ㆍ베트남 교류의 그늘, 귀환여성
편집자주
국내 일간지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 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한국일보>
베트남에 방치된 한국ㆍ베트남 이혼가정 자녀들의 정상 생활을 회복하기 위해선 금전적 지원에 치중하는 보조적 접근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을 단순히 복지 사각지대에 속한 시혜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양국 정부 차원에서 모든 행정 절차를 동원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게끔 제도적 뒷받침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한ㆍ베트남간 사법공조 체제 구축이 꼽힌다. 한국 남편의 폭력이나 고부 갈등으로 귀환한 여성 및 자녀들이 현지에서 처음 맞닥뜨리는 고통은 복잡한 이혼 절차와 불투명한 체류 연장 절차이다. 서로 맞물린 두 문제를 해결하려면 귀환여성들이 한국 가정법원의 통지서와 제반 서류를 필요한 시점에 확보하고, 남편이 자녀의 신원을 보장해주는 문서 역시 제 때 수령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양국 정부는 아직까지 서류송달 촉탁 업무에 관한 공조 논의를 본격화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귀환여성들은 빚을 내 불법 브로커들에게 보통 100만원이 넘는 거금을 지불해야 관련 서류를 손에 쥘 수 있다고 토로한다. 힘들게 일부 서류를 보내거나 받더라도 양국의 사법조력 시스템이 전무한 탓에 제대로 된 접수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혼 상태임을 증명하고 이를 통해 자녀의 체류 성격을 명확히 하기 위한 기초 행정 절차 자체가 없는 것이다. 한국 법원 관계자는 “베트남 법원과 서류송달 협약을 맺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도 “다만 협약 체결 이후 실질적인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선 변호사 선임 등 사법조력 및 후속 업무와 연관된 양측 국회의 입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선 베트남 정부가 이혼가정 및 자녀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베트남 중앙정부는 앞서 2017년 10월 한국 측 요구를 받아 들여 각 성(省)에 “귀환여성 자녀도 현지 아동들과 같은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껀터시나 허우장성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선 여전히 이들에 대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상급 기관의 행정명령 자체가 포괄적이어서 지방의 교육행정원이나 각급 학교도 세부 실행 방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이내 관심에서 지운 것이다.
한ㆍ베트남 이혼가정 문제에 공동 대처하고 있는 껀터시 여성연맹과 유엔인권정책센터(KOKUNㆍ코쿤) 측은 “귀환여성과 자녀들은 상업적 성격이 강한 속성 결혼의 피해자”라며 “양국 정부에도 불행한 결혼 생활을 초래한 책임이 있는 만큼 불합리한 시스템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