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건강 ‘아이커’, 정관장 ‘아이키커’와 유사"...상표무효 위기

특허심판원 이어 특허법원도 정관장 손 들어줘

게티이미지뱅크

“아이키커는 아이커와 발음이 비슷하고, 비슷한 이미지를 줘 소비자들이 헷갈릴 수 있다.”

종근당건강의 어린이 건강기능식품 대표 브랜드인 ‘아이커’ 상표 등록이 한국인삼공사 정관장의 어린이 홍삼 음료 ‘아이키커’와의 분쟁에서 연이어 졌다. 특허심판원에 이어 특허법원마저 발음상 거의 비슷하고, 연상되는 관념도 유사해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4부(부장 윤성식)는 종근당건강이 한국인삼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등록 무효 소송에 대해 지난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특허법원은 이번 소송에 앞서 한국인삼공사의 손을 들어 준 특허심판원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국인삼공사는 “아이키커라는 먼저 등록한 상표가 있는데도 이와 유사한 아이커 상표를 등록해 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특허심판원은 종근당의 ‘아이키커’ 상표 등록 무효 결정을 내렸다.

종근당 측이 이에 불복해 “한국인삼공사 측 상품의 표장이 그대로 사용된 게 아니고, 모양 등이 변형됐다”고 주장하며 특허법원이 이 사건을 접수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채색ㆍ도안화 존재 여부ㆍ글자 수 등에는 차이가 있지만 호칭이나 거래 통념상 비슷한 점이 많다는 재판부의 판단 때문이다.

재판부는 “선 사용상표인 아이키커의 3번째 음절(키)과 4번째 음절(커)은 모두 거센소리(ㅋ)를 초성으로 하고 있다”며 “빨리 발음하면 키가 커에 흡수되며, 청감 독립성이 매우 약해지면 전체적으로 두 상표의 호칭이 유사하게 들린다”고 판시했다. 양 상표의 호칭에 1음절 차이가 나지만, 이를 듣는 소비자들에겐 전체적으로나 객관적으로 큰 차이를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두 상표 모두 수요자에겐 어린아이의 몸의 길이(키)가 자란다는 인식 때문에 관념이 동일하거나 (아주) 비슷해 그 출처를 오인하거나 혼동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보이는 만큼 전체적으로 표장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