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수련과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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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수련과 연꽃

입력
2020.09.08 12:23
수정
2020.09.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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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이유미국립세종수목원장

개화 이튿 날의 빅토리아수련 © 우승민


"벌써 가을이어요, 실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며 햇살 앉아서 쉬는 가을이어요."

나승렬 선생님의 시집에서 오늘 아침 읽은 한 구절입니다. 문득 가을이 온몸과 마음으로 느껴집니다. 선선한 기운을 담은 바람과 한결 부드러워진 햇살을 느끼며 모처럼 길고 길었던 장마도, 태풍도, 다시 확산하는 바이러스의 위협도 유난했던 여름의 끝에서 맑은 하늘과 깨끗한 초록을 바라보며 잠시 긴장을 내려놓고 마음을 쉬어 봅니다.

생각해 보면 지난 여름에도 잠시 잠시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꽃들이 있었습니다. 피고 지고 또 피었던 무궁화도, 한 여름 흐드러지던 능소화도, 천 일은 아니어도 백 일은 피어 있는 듯 내내 곁에 보였던 한 천일홍도… 그 중에서도 여름꽃의 백미는 물가에 피는 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련과 연꽃을 비롯해 어리연꽃이나 물가에 피어있던 물옥잠, 물을 바라보고 한창 고운 털부처꽃… 지난 여름 저를 가장 흥분시켰던 꽃구경은 제가 일하는 수목원 사계절 온실에서 난생 처음 목격한 빅토리아수련의 개화였습니다. 첫날 흰색의 연꽃을 보는 듯 피었다가 이튿날에는 진한 붉은 꽃잎들이 드러나며 모습을 변화시켰다가 물속으로 사라지는 48시간 동안의 극적인 모습. 이 특별한 개화를 두고 여왕의 대관식이라고 부릅니다.


잎이 물위에 떠서 자라는 수련


생각해 보면 잎도 남다릅니다. 3m까지도 큰다는 빅토리아수련의 잎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잎이라고도 하고 단단하기도 하여 어린 아이가 올라 앉아 있는 사진을 간혹 볼 수 있지요. 이 특별한 수생식물이 거의 50㎏ 정도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힘은 잎 뒷면 잎맥들이 튼튼하게 발달하고 이에 공기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에 비해 수련은 잎 뒷면을 수면에 대고 물에 떠서 살아가며 이를 위해 잎의 한쪽이 브이(v)자 형으로 갈라져 표면에 물이 고이는 것을 방지하지요. 연꽃의 경우는 잎에 물방울이 묻지 않고 또르르 맺히는 표면을 가지며 잎자루가 물 위로 쑥 올라와 있습니다. 이 밖에도 수련은 꽃잎이 꽃받침잎보다 길고, 열매가 익으면 물속으로 잠기는 특성도 연밥이 남아 있는 연꽃과는 다르지요.


잎자루가 물위로 올라온 연꽃 © 송기엽


생각해 보면 우리 곁에서 여름 내내 지금까지 우리의 입가에 잃었던 미소를 찾아주었던 수련과 연꽃, 잘 아는 듯 싶지만 구분조차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여름의 진객이었던 빅토리아수련도 빅토리아연이라고 해야 할지 매번 혼동이지요. 식물계에서 보면 공통점이 많은 아주 유사한 식물이지만 알고 보면, 태생에서부터 살아가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여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결실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같은 것이기에 이렇게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갈등을 겪어내고 있는 우리 사회를 보며 생각과 환경이 다르다고 다투는 동안 정작 아름다운 꽃을 피워야 하는, 행복한 삶을 엮어 내고자 한다는 원래의 목표를 잃은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수련과 연꽃의 방식이 각각 틀린 것이 아니듯, 우리가 이웃들과 사는 방법도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느끼며, 물 위에 수련과 연꽃처럼 잔잔하고 아름답고 때론 향기롭게 어려운 계절을 보내기를 바라봅니다.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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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수목원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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