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갑질 못참겠다' 직원 탄원서 잇따라
힘든 일 기피하는 공직자도 문제
직원 간 불화로 방역 구멍 생기면 '어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다들 힘든데, 공직자 의무는 뒤로한 채 전근만 요구하면 누가 일을 합니까?", "머리가 멍청하다는 등 인격모욕 발언을 하는데 이게 갑질 아닌가요."
코로나19 사태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방역의 최일선인 전남 무안군보건소 내부에서는 상급자의 '갑질' 내용이 담긴 익명의 투서가 난립하는 등 직원 간 갈등으로 방역 업무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이같은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무안군청의 미숙한 대응으로 인해 수개월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9일 무안군에 따르면 군 보건소 일부 직원들이 지난 5월말쯤 '상급자에게 갑질을 당했다'는 익명의 탄원서를 무안군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잇따라 보냈다. 이에 군 감사실은 보건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감사를 벌여 7월 초 관련자 6명에 대해 인사 조치했다. 해당 팀장(6급) 2명을 문책하고, 피해자로 분류된 4명은 다른 부서로 발령했다.
하지만 피해자를 자청한 일부 공직자들은 또다시 탄원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업무도 많은데 상사가 '머리가 멍청하다', '코로나 걸렸냐' 등의 인신 공격을 했는데도 가해자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쳤다"며 "일벌백계로 엄벌해 달라"고 재요구했다. 또 군 감사에 대해서도 "축소ㆍ은폐한 늑장 감사"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가해자로 지목된 한 공직자는 "신규 직원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줘야 하는데, 이런게 갑질이면 앞으로 무슨 일을 시키겠냐"면서 "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접촉자들에 대한 자가격리 매뉴얼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어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하지도 않은 말까지 만들어내 곤혹스럽다"며 "업무에만 충실했는데 갑질 논란에 연류돼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실태파악에 나선 한 군 고위 공직자는 "보건소 직원들이 휴일도 반납한 채 24시간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일부 직원들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데도 일부는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고 요구하는 등 직원 간 불협화음이 커 안타깝다"고 말했다.
투서가 나올 당시 무안지역은 코로나19확산과 확진자 발생 등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행정명령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무안은 농어촌지역이지만 전남도청 등 각종 행정기관들이 몰려 있어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지만, 일부 확진자 동선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혼선을 빚어왔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방역의 최일선인 보건소 직원 간 갑질논란이 불거지고, 후임 보건소장 자리를 놓고 일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등 음해성 소문까지 나돌자 주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안군청 내부에서도 보건소장 자리를 놓고 후보자들 간의 과열경쟁과 보건직과 간호직, 행정직 등 직렬 간 갈등으로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최근 행정안전부 관계자가 직접 무안을 방문해 감사를 벌였고, 전남도와 무안군은 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무안보건소 한 직원은 "업무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타 부서로 전근만 요구하는 공직자나 직원간 불협화음을 제지 못한 군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주민 김민성(56)씨는 "인근 광주 등지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심각한 상황 속에서 공무원들이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난다"며 "주민들은 보건소 직원 간 불화로 허술한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리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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