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동물 사업 잇단 추진
반려견 번식·체험동물원 "동물복지 외면 심각" 비판
강원 평창군과 경기 오산시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동물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단체들은 그 사업 내용이 동물 복지를 소홀히 여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게다가 두 사업 모두 추진 과정에서도 위법성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평창군, 반려동물 사육ㆍ연구 사업... 동물단체 "번식 동물 복지 침해"
강원 평창군은 반려동물 관광테마파크를 설립하며 사업에 반려동물 번식·사육시설을 포함시키면서 동물단체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평창군은 지난달 31일 민자사업으로 ㈜삼양꼼빠뇽에서 300억원의 투자를 받아 평창군 종부리 일원에 반려동물 관광테마파크를 2024년까지 설립한다고 밝혔다. 평창군은 "8월 입찰을 통해 8만7,000 제곱미터(㎡) 규모의 군유지 매입 및 1단계 개발사업에 필요한 인허가를 마쳤다"며 "이달 안에 반려동물 사육과 연구를 위한 브리딩 센터를 착공한다"고 설명했다. 평창군에 따르면, 20만㎡ 규모로 조성될 테마파크에는 애견호텔, 바이오센터, 메디컬센터, 복지케어센터 등도 지어진다.
지역 주민들은 반려동물 테마파크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영우 평창읍번영회 회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평창읍은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데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 가운데 5%만 방문한다고 해도 지역경제 활성화 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지역주민 50여명이 교육을 받고 반려동물 관리사로 근무할 것"이라며 "브리딩 등도 환경오염 등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동물단체들이 문제 삼는 것은 바로 브리딩 센터.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최근 '동물복지 허울 쓴 평창군 반려동물 브리딩 센터 건립 계획은 취소되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평창군이 사업에서 관련 시설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웨어는 "무분별한 생산, 판매로 매년 13만 마리의 동물이 버려지고 있는데 지자체에서 동물보호·복지 향상을 내세우며 동물 생산시설을 설립하는 것은 극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업 내용이 현행법상 합법이라 해도 생산 시설에서 번식용으로 사육당하는 동물은 복지를 직접 침해당한다"며 "번식으로 인한 지나치게 많은 반려동물이 만들어지면 무책임한 소유와 유기를 조장하게 된다는 문제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반려동물을 생산하는 쪽에서는 우량견을 브리딩해서 보급해야 버려지는 동물이 없다고 한다"며 "하지만 이는 해외에서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적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평창군 관계자는 "브리딩 사업이 동물복지에 위배된다는 민원이 많이 접수수됐다"며 "사업자 측과 함께 답변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오산시, 체험동물원 개장 논란... 동물단체 '또 하나의 감옥'
경기 오산시는 시민들이 오가는 시청사 안에 실내 체험동물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오산시는 10월이나 11월 개장을 목표로 현재 시청 민원실을 증축해 80억원 이상을 들여 자연생태체험관(오산버드파크)을 짓고 있다. '오산버드파크'는 오산시가 2018년 11월 민간기업인 ㈜오산버드파크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민원실 옥상에 4개 층을 증설해 조성하는 동식물 체험 학습장이다. 최장 48m에 달하는 앵무새 활공장 설치와 함께, 열대양서류, 파충류, 어류, 대형 앵무, 자카스펭귄, 수달, 바다거북 등을 전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동물권단체 카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속에 오산시가 짓고 있는 자연생태체험관은 '또 하나의 동물 감옥'이 될 것이라며 해당 사업을 전면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라는 "체험 동물원은 반생태적 환경과 이로 인한 동물복지 저해 문제, 인수공통전염병 문제 등으로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거세다"며 "또 하나의 체험 동물원이, 그것도 시청사에 들어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카라는 또 사업자인 오산버드파크가 경주에서 이미 운영 중인 또 다른 체험동물원 '경주버드파크'의 경우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라는 경주버드파크를 현장 조사한 결과 "별관 시설에는 관리자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야외에 전시된 동물 중 몸에 난 상처가 육안으로 뚜렷이 보임에도 수의학적 처치 또한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고현선 카라 활동가는 "오산시는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체험 동물원을 '자연생태체험관'으로 포장해 새로 짓고, 동물을 지역 관광산업에 이용해 사람을 끌어보겠다는 발상 자체를 부끄럽게 여겨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산시 관계자는 "사업자가 경주에서 운영하는 위생, 방역체계를 봤을 때 동물단체나 시민들이 우려하는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또 실내동물원을 통한 (코로나19) 발병 사례도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체험 동물원 건립을 놓고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지난해 6월 오산시청 인근 아파트 주민은 '오산버드파크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체험학습용 대형 버스가 오면 주변 지역 교통 혼잡이 예상되는 데다 주변 주차난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역 소상공인과 어린이집 등은 찬성한다. 운암뜰연합상가번영회는 "버드파크는 외부인을 끌어들여 소비를 권장하고 주말이면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주민들도 붙잡을 수 있다"며 찬성했다. 김재만 운암뜰연합상가번영회 회장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위생이나 안전 등에서 문제가 없이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며 "코로나19 시국에서 상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창군 반려동물 테마파크, 군유지 매각으로 제동 걸렸다 재추진
평창군 반려동물 관광테마파크의 경우 부지에 군유지가 포함되어 있는 점이 논란이 됐다.
평창군은 사업자인 삼양꼼빠뇽에 군유지를 수의 매각할 수 있도록 평창군 공유재산 조례안 관리조례 개정을 추진했는데 행정안전부와 강원도가 "법률에 근거 없이 특정 업체에 수의 매각 시 그 내용과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며 군에 조례안 제의를 요구한 것. 평창군의회도 조례안을 다시 심의한 끝에 4월 결국 부결 처리했고 이에 평창군은 군유지를 공개 입찰하기로 결정, 6월 단독 응찰한 삼양꼼빠뇽이 낙찰을 받으면서 사업이 재개됐다.
장문혁 평창군의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모든 절차들이 낭비가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시간적 낭비, 공개에 대한 낭비, 이런 부분들은 사실 행정이 너무 욕심을 부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행정 절차를 밟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과 한 업체를 눈에 두드러지게 지원했다는 의혹에서는 벗어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오산시 버드파크, '조건부 기부채납' 위법 논란
오산시가 추진하는 버드파크의 경우 입장료 등과 같은 관리 운영권과 상업적 부대시설 운영권을 20년 동안 기부자인 ㈜오산버드파크가 갖는다는 조건이 붙은 기부였다는 점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오산시의회는 올 초부터 이 같은 협약이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운영기준'에 어긋난다고 지적해왔다. 2016년 행정안전부가 고시한 운영 기준에는 기부자가 시설 전체의 운영권을 요구하는 것은 '조건부 기부채납'에 해당해 지자체장이 기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장인수 오산시의회 의장은 "현재 조건부 기부채납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두고 법리 검토를 벌이고 있다"며 "위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사업 무효소송이나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 등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현선 카라 활동가는 "코로나19에 개장을 앞둔 오산버드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오산시를 상대로 시민들과 함께 문제제기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오산버드파크는 이외에도 △민간사업자에 대한 주차장 특혜 의혹, △건축허가 전 공사 착수 등을 놓고도 시의회와 시민단체가 충돌을 빚어왔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오산시는 3일 블로그를 통해 "자연생태체험관이 시민들의 신뢰 속에 지어지고 있다"며 "이 사업을 두고 일부 지역사회 내에서 반발하고 있지만 오산시 관광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의견과 지지가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연생태체험관 개장에 따라 20명 이상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산시 관계자는 "운영권을 주는 게 아니라 무상사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조건부 기부채납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도 "이를 놓고 현재 이견이 있어 법리 검토를 통해 명확히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 내 부설 주차장이 여유가 있기 때문에 주차장을 추가로 짓지 않아도 증축 허가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며 "사업자로 인해서 주차난이 가중된다 우려하는 부분이 있어 사업자가 인근 주차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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