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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심제의 함정...무용지물 된 16억 보일러 처리비 떠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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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심제의 함정...무용지물 된 16억 보일러 처리비 떠안아

입력
2020.09.07 17: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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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산업 내에 설치된 16억원 짜리 보일러가 가동만 하면 잦은 고장을 일으켜 고철 신세로 전락했다. 산산조각 난 채 방치된 보일러 부품을 직원이 가리키고 있다. 임명수 기자

우림산업 내에 설치된 16억원 짜리 보일러가 가동만 하면 잦은 고장을 일으켜 고철 신세로 전락했다. 산산조각 난 채 방치된 보일러 부품을 직원이 가리키고 있다. 임명수 기자

무림파워텍이 한국에너지공단의 에스코사업(ESCO·에너지절약) 정책자금 16억 원을 지원받아 설치한 보일러가 중국산에 제대로 가동 한번 못하고 고철 신세로 전락해 논란(본보 1일 12면·2일 14면 보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무림파워텍이 양측 간 분쟁 발생 시 중재법에 따라 대한상사중재원(단심제)의 결정에 따르도록 계약서에 명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단심제를 최대한 활용, 승소할 경우 더이상 분쟁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림산업 측은 이런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계약서에 사인, 민·형사상(3심제) 소송이 아닌 중재원의 중재에 나섰다가 패소해 항소 등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설치비 전액을 떠안아 부도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7일 우림산업 측에 따르면 2016년 초 무림파워텍이 설치한 보일러가 1년 넘도록 시험 가동을 하다 잦은 고장으로 결국 가동중단 상태에 놓이게 되자 양측은 소송에 돌입했다.

무림파워텍은 '향후 분쟁 시 중재법에 따른다'는 계약서(제 19조) 내용에 따라 대한상사중재원에 재소했다. 우림산업 측은 △보일러 준공 사인은 이면계약서 △무림파워텍 권장 우드칩 사용시에도 에너지효율 효과 미비 등을 내세워 분쟁에 합류했다.

우림산업은 내부제보자인 무림파워텍 전 대표이사 A씨의 ‘사실확인서’까지 제출했다. 확인서에는 “무림파워텍 전 대표이사 시각에서 봤을 때 해당 보일러는 처음부터 납품하기로 한 성능을 제대로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등 우림산업 측에 유리한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중재원은 무림파워텍의 손을 들어줬다. 우림산업 측은 즉각 항소의사를 밝혔지만 더 이상의 재판을 진행하지 못했다. 중재원이 3심 제도인 민·형사상 소송과 달리 한반에 끝나는 단심제이기 때문이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장기간의 재판(민·형사상)으로 중소기업이 시간 및 자금 압박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설치된 분쟁 해소 기관으로 법원의 확정판결(대법원)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또 중재인(3심의 재판관 역할)은 통상 판사 출신 또는 해당 분야 경력 및 전문직도 가능하다. 당시 양측의 분쟁 중재인(재판관)도 모 대학원 로스쿨 교수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우정 우림산업 대표는 “패소한 뒤에야 항소 및 상고 등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무림파워텍이 계약서에 ‘중재법’에 따른다는 내용을 명시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무림파워텍 전 대표이사의 사실확인서도 인용되지 않는 등 재판이 편파적으로 이뤄졌는데 어디가서 억울함을 하소연 하느냐"고 덧붙였다. .

이에 대해 무림파워텍 관계자는 “중재원의 분쟁 해소는 양측 간 합의하에 당시 우림산업 측도 동의해 중재가 이뤄진 것”이라며 “우리는 합법적으로 보일러 설치비용을 청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코사업 일환으로 정부지원금 16억원이 투입돼 설치된 보일러 부품이 크게 파손돼 있다. 임명수 기자

에스코사업 일환으로 정부지원금 16억원이 투입돼 설치된 보일러 부품이 크게 파손돼 있다. 임명수 기자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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