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데뷔 무대를 가졌다. 연설에는 코로나19 국난을 대하는 엄중한 상황 인식은 물론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국가 비전까지 담겼다. 모든 국민이 쾌적한 일상을 누리는 행복국가 등 미래 비전을 제시한 부분은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구상을 엿볼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집권 여당 대표다운 중후하고 울림 있는 연설이었다는 반응이 야당에서도 나오는 걸 보면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 지도자로서 이 대표가 제시한 위기 극복 방법론은 협치로 요약된다. 특히 우분투(ubuntu) 정신을 화두로 던지며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을 제안한 게 눈에 띈다. 우분투란 아프리카 반투족 말로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탈선하기 쉽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듯, 정치에도 야당이 있으니 여당도 있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이 대표가 야당에 먼저 손을 내민 건 환영할 만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결과를 낙관할 수만도 없다. 여권은 틈이 날 때마다 협치를 강조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특히 21대 국회 들어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입법 드라이브를 걸면서 대치의 골이 더 깊어졌다. 협치 발언이 빈말로 그치지 않으려면 여당이 먼저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국회 파행의 단초를 제공한 상임위원장 독식을 정상화하는 여야 간 재협상에서 협치의 물꼬가 트일 수 있도록 여당이 더 열린 자세로 나오기 바란다.
여야의 비슷한 정책부터 공동 입법하는 ‘정책 협치’부터 시작하자는 이 대표 제안은 설득력이 높다. 야당도 협치의 공통분모마저 외면한 채 거여의 독주 프레임만 외쳐선 수권 정당으로서 미래가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국민의 고통이 길어지고 있다. 이번만큼은 여야가 코로나 위기 극복과 대한민국의 미래 지향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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