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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앞에 서는 지도자

입력
2020.09.0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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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2월 도쿄 총리관저에서 오키나와현에서 실시된 헤노코 미군기지 공사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 결과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교도통신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2월 도쿄 총리관저에서 오키나와현에서 실시된 헤노코 미군기지 공사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 결과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교도통신 연합뉴스


2018년 4월 29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면담했다. 이틀 전 남북 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하러 온 것이었다. 아베 총리는 면담 후 관저 로비에서 한일 취재진을 대상으로 약식 기자회견을 했다. 예상가능한 답변이었지만 그의 안도한 표정만은 또렷이 기억에 남아 있다. 서 원장의 방문이 한국과의 정보 공유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당시 아베 총리는 한반도에서 남북미 3국간 대화 분위기가 급속히 조성되자 '일본만 모기장 밖에 놓였다'는 비판에 시달리던 차였다.

지도자와 언론의 접촉은 의례적 문답이 오갈 때도 있지만 지도자의 표정이나 태도, 안색 등 미세한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베 총리의 사임 배경이 된 건강 악화도 언론 노출을 피하면서 제기된 추측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9차례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에게 사과할 때도 있었지만 주로 기자들의 대응 실패 지적과 관련해 정책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별다른 이유 없이 두 달 가까이 열리지 않자 문제가 됐다. 그러면서 출근길 느려진 걸음과 어두워진 안색이 눈에 띄었고 이전과 달리 곧장 사저로 귀가하는 동선이 드러났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사의 표명 기자회견에서는 아베 정권이 그간 해명하지 않은 의혹들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아파서 물러난다는 총리 입장에선 불편한 질문이었지만 답해야 했다.

한국에선 대통령이 언론 앞에 서는 기회가 손에 꼽힌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의 질문을 받은 건 신년기자회견과 취임 3주년 특별연설 정도다. 평소 청와대 기자단 풀 취재가 진행되지만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집값 폭등, 전공의 파업 등 산적한 현안들로 국민들은 불안하다.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마저 없으니 더 답답하다.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발언에 느닷없다는 비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소통'을 표방한 정권이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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