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호 태풍 '하이선'이 7일 오후 강릉 북쪽 해상으로 빠져나갔다. 지난달 27일 8호 태풍 '바비' 이후 9호 '마이삭'과 하이선까지, 불과 2주도 채 안 돼 세 차례나 한반도에 태풍이 들이닥쳤다. 지난달 10일 제주를 거쳐 경남지역에 상륙한 5호 태풍 '장미'를 포함하면 올해만 네번째다.
5~6일에 한 번꼴로 태풍이 찾아오다 보니 한반도는 피해 복구 작업과 다음 태풍에 대한 대비, 또 다시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대규모 홍수 피해를 낸 역대 최장 장마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재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숨 돌릴 틈조차 없이 찾아오는 태풍에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지난 달 26~27일 서해상으로 북상한 8호 태풍 '바비'는 한반도 전역에 강한 비바람을 몰고 왔다. 특히, 당시 태풍의 세력이 가장 강한 시기에 제주를 지나치며 제주 곳곳에서는 피해가 잇따랐다. 강풍을 이기지 못한 신호등과 가로수가 도로를 덮쳤고, 상점 유리문이 깨지거나 간판이 떨어지는 등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태풍이 당초 예상보다 먼 바다를 통과하면서 피해가 줄어든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태풍 바비가 지나간 뒤 피해지역에서는 복구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나지역 주민은 물론 자원봉사자들까지 나서 흘린 구슬땀에 비해 복구는 더뎠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태풍의 북상이 예보되면서 복구작업은 태풍 대비 작업으로 바뀌었다. 제주뿐 아니라 태풍 상륙 지역으로 점쳐진 부산ㆍ경남 해안에서는 항구에 정박 중이던 소형 어선을 육지로 대피시키면서 차량 대신 선박이 도로와 주차장을 점령하는 어색한 광경도 펼쳐졌다.
바비가 할퀴고 간 지 일주일째 되던 지난 2~3일 9호 태풍 마이삭이 제주를 지나 부산 서쪽 해안으로 상륙했다. 만반의 대비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가장 크다는 태풍의 오른쪽, 즉 위험반원에 위치한 부산과 경남ㆍ북 일대는 직격탄을 맞았다. 달리는 차가 뒤집힐 정도로 강력한 바람이 휩쓸면서 깨진 유리창에 다친 60대 여성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강원 동해안 지역에는 물폭탄이 쏟아져 이재민이 속출했고, 농경지 침수와 과수 낙과 피해도 전국적으로 잇따랐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 무서운 기세로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뒷자락에선 어김없이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자원봉사자들이 모이고 군 장병들이 동원돼 힘을 보태는 장면 또한 반복됐다. 그와 동시에 또 다른 태풍 발생 소식이 들려왔고, 태풍 예상 경로에 위치한 지역에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하이선이 찾아온 것은 마이삭이 한반도 절반을 관통한 지 4일 만인 7일. 울산 남쪽 바다로 상륙한 하이선은 동해안을 따라 북상했다. 경남 및 강원 동해안 지역에선 마이삭으로 입은 피해를 미처 복구할 겨를도 없이 들이닥친 하이선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아무리 단단히 대비를 하더라도 강력한 위력을 가진 태풍이 지나는 곳에선 예상치 못한 피해가 속출하기 마련이다. 하이선이 지나간 지역에선 또 다시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뒤따르는 불안감 때문에 주민들은 아직 생기지도 않은 11호 태풍 '노을’과 12호 '돌핀'을 걱정한다.
기상청은 "기상 이변으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10월 말까지 태풍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앞으로 적어도 5일 이내에는 한반도에 영향을 줄 만한 태풍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만은 '피해-복구-대비'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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