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장관은 아세안 회의서 남중국해 문제 등 입장 표명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화되면 두 나라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해묵은 질문에 한국 정부가 답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주에 잡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아세안 회의 참석,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미국 방문이 1차 시험대다.
강 장관은 9일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한ㆍ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1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 차례로 참석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외교부 장관들이 화상으로 모인다.
아세안 연쇄 회의에서 미국은 '미국 편에 서라'는 요구를 노골적으로 꺼낼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아세안 국가들을 대상으로 중국 견제를 위한 압박 외교를 펼치겠다고 예고한 터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미중의 힘겨루기에 대해 각국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겠지만, 중국이 실눈을 뜨고 지켜 볼 것이다. 강 장관은 이전 입장대로 ‘남중국해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기대한다’는 수준의 발언을 하는 것으로 미중 양국과 충돌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최 차관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워싱턴에서 만난다. 돌아오는 최종건 차관의 손엔 미국의 ‘동맹 청구서’가 들려 있을 것이다. 한미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양국 현안 점검'이라고 만남의 목적을 규정한 만큼, 악수하고 돌아서는 상견례에 그치진 않을 것이다.
비건 부장관이 미국 주도의 반중국 전선인 쿼드블록(Quad Blocㆍ이하 쿼드)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할 지도 주목된다. 비건 부장관은 최근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를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사한 수준인 쿼드 플러스(한국ㆍ뉴질랜드ㆍ베트남 추가)로 격상하는 구상을 밝혔다.
외교부는 여전히 신중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세안 회의는 미ㆍ중이 지배하는 구도가 아닌 만큼 미ㆍ중이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공방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쿼드 참여와 관련해서도 외교부는 "현재까지 미국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이 미ㆍ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로 누리던 외교적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이슈별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부의 신중한 태도가 '모호함'으로 비춰지면 미ㆍ중 모두에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외교안보 환경이 불확실할 때 무작정 한쪽의 편을 따르긴 어렵지만, 우리의국익을 앞세워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 사안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내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판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