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강타한 올해 상반기, 악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을 높여간 삼성·LG와 달리 일본 소니는 모든 지표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 TV 시장을 호령했던 소니지만, 이제는 중국 업체들에게도 크게 밀리는 초라한 모습이다.
7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UHD(초고화질) TV 시장에서 소니는 수량 기준 점유율 4.2%로 6위 자리에 내려앉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점유율 5%대로 5위 자리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지만, 빠르게 뒤를 쫓아온 샤오미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이제 소니는 중국 스카이워스(4.0%)나 홍콩 TP비전(3.3%)과 같은 상대적 비주류 업체들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소니는 전체 TV 시장을 통틀어서도 존재감이 매우 낮아지고 있다. 2010년대 후반 들어 고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 집중하면서 금액 기준 시장 점유율에서는 꾸준히 3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올해 2분기 들어서는 점유율 8.1%로 삼성·LG는 물론 중국 TCL에도 밀리는 처지가 됐다. 특히 소니는 올해 코로나19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데, 올해 1분기 소니의 주력 제품인 OLED TV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5%, 2분기엔 17.6%나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 소니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TV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1%대라는 충격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소니의 북미 TV 시장 점유율은 수량 기준 1.1%에 그쳤다. 금액 기준으로 해도 4%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1%) 대비해선 반토막이다.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지난해 대비 점유율을 5.3%포인트(수량 기준), 2.6%포인트(금액 기준)나 높인 것과는 대비되는 성적이다.
1970년대 이후 약 30년 간 전세계 TV 시장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던 소니는 브라운관이 점차 자취를 감추던 2000년대 디지털 TV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2006년 삼성전자에 TV 1위 자리를 빼앗긴 이후엔 계속해서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6년 TV 사업을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재편하고 OLED T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2017년 금액 기준 글로벌 점유율이 두 자릿수를 겨우 회복했으나, 중국 업체들이 약진하면서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상황에서 코로나19 직격타를 맞고 고꾸라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판매량 급감 상황이 소니 TV 사업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소니 매출의 70%가량이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올 정도로 TV 및 전자기기 사업은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라며 "모든 지표에서 삼성과 LG는 물론 중국 업체들에도 밀리고 있어 상황 타개를 위해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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