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선수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프로야구는 의무화했던 더그아웃 마스크 착용을 더욱 강조했다. 그라운드를 밟는 선수들은 예외지만 최근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뛰는 선수들이 하나 둘씩 늘기 시작했다.
KIA 간판 타자 최형우(37)는 매 경기, 매 타석 마스크를 착용하고 타석에 서는 대표적인 선수다. 지난 3일 부산 롯데전부터 ‘마스크맨’이 된 그는 “동료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즌 끝까지 착용하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마스크를 장착한 뒤 5경기에서 타율 0.455 3홈런 1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고참이 솔선수범하자 최원준 홍종표 등 후배들도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갔다.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야구도 잘하는 코로나19 시국의 ‘모범 타자’ 최형우는 7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마스크 쓰고 잘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며 웃은 뒤 “숨쉴 때나 뛸 때만 조금 불편하고 타격할 때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경기 중 마스크를 쓰기로 생각한 시점은 지난 1일 삼성전이다. 전날 밤 한화 선수의 확진 소식이 전해지며 일부 삼성 선수가 마스크를 쓴 채 경기를 뛰었다. 최형우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야구계도 긴장해야 될 것 같았다”면서 “마침 대구, 부산 원정 다음 대전 원정이 있어 부산 원정부터 마스크를 썼다”고 설명했다.
타이거즈 로고가 새겨진 검은색 면 마스크는 KIA의 붉은색 원정 유니폼과 ‘검빨(검정+빨강)’ 조화를 이뤘다. 타이거즈 왕조 시절 공포의 유니폼 상징 색깔처럼 최형우는 상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주며 꾸준히 해결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 검은색 면 마스크를 쓴 최형우의 모습은 볼 수 없을 전망이다.
그는 “조계현 단장님이 선수단에 한 장씩 준 마스크인데, 매일 빨아서 쓰다 보니까 조금씩 뜯어지고 있다”며 “다른 마스크도 많이 있는 만큼 이제 하얀색 보건용 마스크를 써볼까 한다”고 말했다. 또 후배들의 마스크 착용에 대해 “다들 고민만 하고 있던 찰나에 내가 먼저 쓰니까 부담 없이 쓰는 것 같다. 마스크를 쓴 (최)원준이가 잘하고 있어 기분 좋다”며 흐뭇해했다.
어느덧 KIA에서 자유계약선수(FA) 4년 계약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최형우는 돈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016시즌 후 삼성을 떠나 KIA와 4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한 그는 이적 첫해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에도 매 시즌 기복 없이 중심 타선을 지켰다. 4년간 KIA에서 규정 타석을 모두 채운 타자는 최형우와 김선빈 2명뿐이며, OPS(출루율+장타율)는 0.963로 팀 내 1위, 리그 전체 5위다. 올 시즌 결승타는 15개로 팀 내 압도적인 1위, 리그 전체 2위다.
최형우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4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 모든 기록과 내 인생에 만족한다”며 “이적 첫해 때는 뭔가 해보려는 열정이 엄청 불타올랐고, 선수들도 모두 의욕이 강해 운 좋게 우승을 했다. 지금은 그 때 당시의 열정보다는 잔잔하게 내 위치에서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하면서 후배들을 도와주자는 마음이 크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후 다시 FA 자격을 얻는 것에 대해선 “더 이상 욕심이 없다. 젊었을 때는 내가 영웅이 되고 싶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게 있었지만 지금은 아예 없다”며 “이제는 팀에서 날 좋게 봐주면 감사하고, 내 몫을 잘하자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형우는 “이번 시즌은 이대로 무사히 잘 마쳤으면 좋겠다”면서도 “우리 팀(6위)이 냉정하게 정상을 바라볼 위치는 아니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 마무리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5강에 들면 어린 후배들한테 큰 자산이 되니까 내년 시즌 치를 때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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