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개조해 연주 ... 교향악까지 가능
미국서도 뉴욕필이 깜짝 길거리 공연
"차라리 연주자들이 직접 가자."
코로나19로 공연장 문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자, 클래식 연주자들이 공연장을 박차고 나가기 시작했다. 이른바 '뮤직트럭(MusicTruck)'이라 불리는 이동식 무대에 올라 연주를 선보이는 것. 대중음악 가수들이 하던 길거리 공연, 즉 '버스킹'에 클래식 악단까지 가세한 셈이다.
가장 적극적인 이들은 함신익과 심포니송 오케스트라다. 심포니송 측은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에서 공연 신청을 받고 있다. 여기다 신청해두면 여러 상황을 봐서 악단이 출동한다.
사실 심포니송이 버스킹에 나선 건 2015년부터다. 5톤 트럭을 클래식 공연용으로 개조해 외딴 지역의 학교나 병원, 군부대 혹은 소년원 같은 곳에 공연을 위해 갔다. 일종의 사회 공헌이나 봉사 개념으로, 클래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날아 간다는 의미에서 '윙(Wingㆍ날개)' 프로젝트라 불렀다. 코로나19시대로 공연장 공연이 어려워진 시대, 이 윙 프로젝트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버스킹 형태의 공연은 대중 음악계에선 흔하지만 클래식계는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아무래도 공연의 특성상 악기 소리의 공명(共鳴)이나 잔향(殘響)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실외에서 연주할 경우 이런 품질 보장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작용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대는 이런 고정관념을 바꿨다. 뮤직트럭 또한 꾸미기 나름이기도 하다. 물론 제대로 된 실내 공연장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음향 반사판과 조명 시설 등을 세심하게 만들면 어느 정도 공연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한번에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단원도 최대 40여명에 달해 웬만한 교향곡까지도 소화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코로나19 속에서 치러진 지난 평창대관령음악제(7월22일~8월8일)에서도 뮤직트럭이 등장했다. 지난 7월 26일 강원 춘천에 있는 리조트 엘리시아 강촌 광장에서 현악 삼중주단 '트리오 솔'은 새하얀 트럭 위에서 공연을 펼쳤다. 관객들은 거리를 띄워 의자에 앉아 공연을 감상했다. '찾아가는 음악회'라는 이름으로 주최측이 올해 처음 시도한 공연 형태였다.
뮤직트럭의 인기는 해외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픽업트럭을 타고 지난달 말 뉴욕 거리에서 베토벤과 도흐나니의 노래를 연주했다. 트럭이 '밴드왜건(Bandwagonㆍ악대차)' 역할을 하고, 연주자들이 버스킹하는 방식이었다. 뉴욕 필은 앞으로 사전 예고 없이 시내 곳곳에 깜짝 등장할 예정이다. 코로나19는 클래식 연주자들까지 허기지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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