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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 지급에 끝내 반대했노라"... 이재명, 최후의 항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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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 지급에 끝내 반대했노라"... 이재명, 최후의 항명

입력
2020.09.06 15:40
수정
2020.09.07 00: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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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文정부 향한 배신감 불길처럼"
선별 지급 수용하겠다는 입장은 밝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8월 20일 경기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도권 대유행에 따른 대도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8월 20일 경기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도권 대유행에 따른 대도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일요일인 6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여권을 발칵 뒤집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확정하기 위한 당ㆍ정ㆍ청이 열리기 몇 시간 전이었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으로 직진하는 당정청을 향해 '최후의 항명'을 날렸다. 그는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백성은 가난에 분노하기보다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며 '배신감'이라는 날 선 표현을 고른 것은 이 지사가 단단히 작심했다는 뜻이다.

이 지사는 보편적 복지를 추종한다. 그는 지원 금액을 줄이더라도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 균등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주류가 '이번엔 선별 지급'이라고 일찌감치 정리했음에도, 이 지사는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친문재인계의 눈 밖에 날 위험을 이 지사가 기꺼이 감수한 것이다. '아웃사이더'임을 자처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이 지사는 같은 글에서 당정청의 '선별 지급'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선별 지원하게 되더라도 세심하고 명확한 기준에 의한 엄밀한 심사로 불만과 갈등, 연대성의 훼손이 최소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공화국에서 모두가 어렵고 불안한 위기에 대리인에 의해 강제당한 차별이 가져올 후폭풍이 너무 두렵다"고 썼다.

이 지사는 민주당 소속이긴 하지만 당정청 멤버가 아니라 결정권이 없다. 아직은 확전할 때가 아니라고 본 듯 하다.

당정청 직후엔 수위를 조금 더 낮췄다. 이 지사는 다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정부의 일원이자 당원으로서 정부 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부여당에 대한 저의 충정이자 관료로서 의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의 수도권 중진 의원은 “보편 복지와 공정을 중시하는 이 지사가 선별 지급에 결코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선별 복지냐, 보편 복지냐의 논쟁은 앞으로 대선 레이스에서 여권 잠룡들이 맞붙는 정책 전선이 될 전망이다. 2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이 지사는 보편 지급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선별 지급을 주장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선별 지급론을 펴면서 이 지사가 이번엔 '고립'된 모양새가 됐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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