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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입력
2020.09.0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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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6월 3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 지역 해상에 올림픽 오륜기 모양 장식이 설치돼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 연구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 확산 이전 이미 역사상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올릭픽으로 조사됐다. 도쿄=AP연합뉴스

지난 6월 3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 지역 해상에 올림픽 오륜기 모양 장식이 설치돼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 연구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 확산 이전 이미 역사상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올릭픽으로 조사됐다. 도쿄=AP연합뉴스


1936년 베를린올림픽은 나치의 체제 선전장이었다. 아돌프 히틀러(1889~1945)는 총애하던 감독 레니 리펜슈탈(1902~2003)에게 올림픽 다큐멘터리 연출을 맡겼다. 리펜슈탈은 스타디움에 카메라 6대를 설치하는 등 당시로서는 입이 벌어질 물량 공세를 취했다. 2년 뒤 완성돼 개봉한 영화 ‘올림피아’는 가장 잘 만들어진 올림픽 다큐멘터리로 꼽힌다. 손기정(1912~2002)이 마라톤 경기에서 역주하는 영상 역시 이 영화의 한 장면이다.

□1964년 올림픽을 기록한 ‘도쿄 올림픽’(1965) 역시 올림픽을 다룬 수작 다큐멘터리로 종종 거론된다. 승자보다는 패자에 더 초점을 맞추고, 경기장 분위기를 감성적으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독은 이치가와 곤(1915~2008). ‘버마의 하프’(1956) 등으로 일본제국주의를 통렬히 비판한 반전주의자다. 나치에 적극 협력한 리펜슈탈과는 정반대 인물이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선 뒤 열린 도쿄 올림픽이라 가능했던 일이리라.

□일본은 1940년 도쿄 올림픽을 처음 유치했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경제 부흥을 위한 발판으로 여겼다. 1923년 간토 대지진으로 파괴된 도쿄의 재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계산이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도쿄 올림픽은 열리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 침략에 대한 서방의 항의와 압박이 거세지자 개최권을 반납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대신 열리기로 한 올림픽은 2차 세계대전 발발로 결국 취소됐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내년으로 연기됐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국가 재활을 위해 올림픽을 유치했다. 유례 없이 시기를 1년 늦추면서까지 올림픽 개최에 목매는 이유다. 지난 5일 도쿄상공리서치 설문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도쿄에 본사를 둔 기업 중 30.7%가 올림픽 취소를, 22.4%가 연기를 바람직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올림픽 개최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아베 신조 총리마저 물러났다. 1940년 올림픽 불발을 떠올리게 하는 요즘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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