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40억달러대 '콜 옵션' 매입
개인 투자자도 액면분할 계기로 옵션 매입 행렬 동참
지난주 후반 연이틀 급락한 미국 나스닥 시장의 상황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올 여름 나스닥의 기록적인 급등세 배경에 소프트뱅크라는 '큰 손'의 옵션 거래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른바 '나스닥 고래(시장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 투자자)'가 된 소프트뱅크의 활동이 개미 투자자의 투기성 거래과 결합해 금융시장과 실질 가치의 괴리를 유발했다고 지적한다. 최근 미국 주가의 '거품론'에 힘을 싣는 분석이다.
6일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 기술기업에 활발한 투자를 하던 소프트뱅크가 올 여름 애플과 테슬라 등 대형 기술기업 주식을 40억달러어치 매입하면서 파생상품인 '콜옵션'도 같은 규모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콜옵션이란 구매자가 주가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싼 가격에 미리 매입 권리를 확보하는 것을 의미하며, 주가가 오를 경우 이득을 본다.
FT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최근 나스닥의 급상승 배후에 ‘나스닥 고래’가 된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콜 옵션 매입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이렇다. 우선 콜옵션을 판매하는 투자은행 등 '시장조성자'들은 콜옵션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실물 주식을 매입해 위험을 분산한다. 이 때문에 콜옵션 물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실물 주식 매입도 늘어나 해당 종목의 주가는 자연스레 오르는 '자기실현적 상승 현상'이 발생한다.
여기에 소프트뱅크가 집중 매입한 애플, 테슬라는 액면분할까지 하면서 주당 가격이 낮아져 이른바 '로빈후더'로 불리는 개인투자자까지 대거 옵션 매입 대열에 동참했다. 보통 개인투자자는 일반 주식은 부분 소유할 수 있지만 옵션은 개별주 단위로만 소유할 수 있다. 그런데 액면분할로 주당 가격이 크게 낮아지자 개인투자자의 옵션 투자가 원활해진 셈이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로빈후드나 슈왑 등의 플랫폼은 급증하는 거래 수요 때문에 실제 기술적 문제를 경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고래'와 '개미'의 옵션 투자 합작이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드는(왝더독)" 형국이 되면서 증시 거품 우려를 불러 일으켰고, 결국 지난 4ㆍ5일 폭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조언가는 "최근 콜옵션으로 밀려든 수요는 주가 상승을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표출"이라면서 "지난주 변동성은 대규모의 경제 충격과 겹쳐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큰 손실을 유발할 여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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