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극적봉합'...주특기 제대로 살린 이낙연ㆍ한정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극적봉합'...주특기 제대로 살린 이낙연ㆍ한정애

입력
2020.09.04 20:00
수정
2020.09.04 20:56
2면
0 0

여진 남았지만 사태 일단락
진정성ㆍ겸손 중시하는 NY스타일
한정애 거듭 “국회 늘 열려있다” 호소
“당이 전공의 고발 취하 건의”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최대집(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서명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최대집(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서명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의 소통 강조와 한정애의 디테일이 이끈 협상.” (한 여당 지도부 의원)

당정은 4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4대 의료 정책의 ‘원점 재검토’를 합의하며 집단 휴진사태의 급한 불을 껐다. 극한 대치로 치닫는 듯했던 의료계 진료거부 사태는 국무총리실과 국회, 더불어민주당이 팔을 걷고 나서면서 가까스로 대화 국면을 맞아 일단 봉합됐다. 협상 결과를 두고 당정이 ‘백기투항’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당 내에선 새 여당 지도부의 의지와 대응이 아니었다면 이만한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공감대가 크다. 다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반발이 여전한데다, 향후 정책 추진과정에서 재차 지난한 설득을 거쳐 새롭게 입법 추진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점은 큰 과제로 남았다.

이날 협상을 바라본 여당의 표정은 일단 ‘안도감’이었다. 의료계 내에서도 강경파로 알려진 최대집 의협 회장을 결국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타결을 만든 일 자체가 ‘난제 중 난제’였기 때문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 국회에서 먼저 팔을 걷어 붙인 건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자격으로 전공의들을 만나 대화와 접점 마련을 시도했다. 1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당시 면담을 소개하면서는 “순간 순간의 진심을 다했다”, “국회 내 협력기구를 만들어 다 열고 논의하겠다”, “국회는 열려있다”, “언제든지 연락 주시면 뛰어가도록 하겠다”고 열린 자세를 호소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의협과의 협의회, 밤샘토의 등을 이어가며 협상안 마련에 연신 공을 들였다.

한 의장의 동분서주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취임 직후 지도부의 첫 과제로 ‘의료진 복귀 방안 모색’을 꼽으며 부쩍 힘이 실렸다. 이 대표는 파업 중재에 당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보고 한 의장에 “대화 채널 가동”을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당이 여러 채널로 ‘원점 재검토’의 메시지를 강조한 것도 이낙연ㆍ한정애라는 두 사령탑의 캐릭터의 영향이 컸다. 협상 과정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고발 건에 대해 민주당이 적극적인 취하 건의를 하겠다는 중재안도 거론됐다고 한다. 한 지도부 의원은 이를 두고 “두 사람 모두 일을 풀어갈 때 겸손이나 진정성을 강조하고, 일단 작은 교집합을 만들고 이를 큰 교집합으로 키워가는 실용주의”라고 평했다. 시종 강경모드였던 의협의 전격적 태도변화에 이런 접근이 한 몫을 했다는 해석이다.


정세균(왼쪽) 국무총리가 진료공백 대비 비상진료체계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2일 오후 대전 대덕구 대전보훈병원을 방문해 송시헌 병원장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대전= 뉴스1

정세균(왼쪽) 국무총리가 진료공백 대비 비상진료체계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2일 오후 대전 대덕구 대전보훈병원을 방문해 송시헌 병원장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대전= 뉴스1


총리실과 야당도 협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의료계 원로들을 만나 해결 방안을 논의했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의사들에게 도덕적 프레임으로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날을 세우면서도 사태 해결을 위한 국회 특위 필요성을 공개 언급하는 등 여당의 출구전략 도출에 우회적으로 조력했다.

일각의 ‘백기투항’ 지적에 대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다소 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협상 과정에 밝은 한 여당 의원은 “처음부터 당은 의료공공성 강화, 필수 의료 지원, 지역의료 불균형 문제 해소는 반드시 풀어야 할 저희 과제라는 점을 설명했고 의협 역시 이 점에는 충분한 공감대를 표했다”며 “의료 공공성 확대란 공통 과제는 두고 방법론에 있어 서로 놓치는 부분을 상의해가자는데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도부 의원 역시 “합의문을 자세히 보면 원칙에 어긋나게 주고받거나, 정책에 유턴을 한 내용이 전혀 없다”며 “우선 방역ㆍ긴급의료 공백을 막아 국민 고통을 해소하고 국회가 통로가 돼 당사자들과 경청, 설득 속에 일을 추진하는 식으로 논의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타결을 ‘정책 백지화’로 보는 것도 아직 섣부른 평가라는 지적이다. 한 의장에게 협상의 전권을 위임하며 '급한 불 끄기'에 힘을 실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향후 구성될 협의체에서 의료 공공성 강화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 대안 만들겠다”며 의료 공공성 강화의 기조는 여전히 확고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혜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