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등 '젊은의사', 의협ㆍ당정 합의 몰랐다
"동의 못하는 합의" 강력 반발, 아산병원 교수 등 동조?
최 회장 불신임도 제기돼
전공의 집단휴진 지속될 수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여당, 보건복지부와 잇따라 합의안을 마련하고 서명식을 개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4일, 의료계는 크게 술렁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중심으로 한 젊은 의사들이 의대정원 확대 등 4대 의료 정책에 대한 정부 '철회'를 보장받지 못했고 합의안 마련도 일방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과 일부 의사회가 대전협에 동조하고, 의협의 협약 체결을 독단 행동으로 규정하면서 의료계 내분은 빠르게 가열됐다.
박지현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내부 공지를 통해 "금일 젊은의사 비대위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채 진행된 합의 관련된 부분은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 협상단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의협의 단독행동"이라며 "정부와는 아예 협상테이블조차 만들어지지 않았고 이를 증명할 근거도 있다"고 주장했다.
개원의 중심의 의협과 젊은의사 비대위(전공의ㆍ전임의ㆍ의대생으로 구성) 등이 참여한 범투위는 정부ㆍ여당과의 협상을 위한 의료계의 단일 창구로, 전날 자체적인 단일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어 최종합의안이 마련된 뒤 진행될 협상에 관해서는 의협 최 회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기로 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최종합의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3일 저녁까지 범투위에서 공유한 합의 내용엔 (4대 의료 정책) '철회'가 들어있었으며, 단체행동 중단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범투위 내에서 최종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최대집 회장 등 의협 수뇌부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와 잇달아 합의안에 서명했다는 주장이다.
대전협 등이 알지 못하는 사이 합의안 서명식이 열린다는 소식이 전파되자 사실 확인과 반발로 서명식이 파행을 겪기도 했다. 실제 이날 오전 7시 30분쯤 민주당과 의협이 합의에 도달했고, 오전 8시 30분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 서명식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하지만 대전협이 참여하는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측에서 '합의내용과 서명 일정 등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발하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의협 간 서명식은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30분 가량 늦어진 오전 10시에 열렸다. 또 9시30분으로 예정됐던 의협과 복지부 간 합의문 서명식도 전공의 70~80명이 서명식 진행장소인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건물 입구 등을 막는 등 집단반발로 5차례나 미뤄지며 오후 2시40분쯤 겨우 이행됐다.
합의문 서명에 이은 정부 발표로 의정 갈등 봉합이 공식화되자, 젊은의사 비대위는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합의라고 반발했다. 대전협 박 위원장은 "분노로 이성적 판단이 어렵다"면서도 "우리가 여전히 하나라는 것을 증명해내야 한다"고 공지를 띄우며 단결된 행동을 촉구했다.
정부여당과의 합의가 마무리된 뒤에는 의협 대의원회의가 최대집 회장 및 임원 전원에 대한 불신임 결의까지 제기하는 등 진통과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한소아과청소년과의사회는 합의안 서명 직후 임현택 회장 명의로 최대집 의협 회장 및 집행위 모두에 대한 불신임결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젊은의사 비대위의 동의 없이 독단으로 합의서에 서명한 최대집 회장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에게 실질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교수들도 파업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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