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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보다 바람 세다는 '하이선' 북상... 해운대 '빌딩풍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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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보다 바람 세다는 '하이선' 북상... 해운대 '빌딩풍 공포'

입력
2020.09.04 15:35
수정
2020.09.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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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 사이 지나면서 바람 두 배 이상 강해져
태풍 ‘마이삭’ 때 부산대 '빌딩풍 학술용역팀' 관측


태풍 '마이삭'이 상륙한 지난 3일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 유리창이 강풍에 부서져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태풍 '마이삭'이 상륙한 지난 3일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 유리창이 강풍에 부서져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근접한 지난 3일 새벽. 해운대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101층 엘시티 건물 외벽 타일 등 시설 구조물이 강풍에 뜯겨 나갔다. 유리창 일부도 깨졌다. 유리 파편은 엘시티 인근 상가 주변까지 날아가 떨어졌다. 관련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각 해수욕장 인근의 달맞이 언덕 위에 높이 솟아있는 힐스테이트 위브 아파트 건물에서도 유리창 수십 장이 강풍에 박살이 났다. 이 아파트 주민 김모(54)씨는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올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 하다”고 말했다.

제9호 태풍에 이어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가운데 초고층 건물들이 밀집한 해운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태풍이 원인이 돼 일으킬 수 있는 ‘빌딩풍’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하이선’은 4일 기준 중심기압 950hPa, 강풍반경은 390㎞, 최대풍속은 초속 43m 가량이다.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의 영향을 받은 3일 오전 부산 해운대의 한 도로에 가로수가 쓰러져있다. 뉴스1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의 영향을 받은 3일 오전 부산 해운대의 한 도로에 가로수가 쓰러져있다. 뉴스1


하지만 하루 뒤인 5일에는 최대풍속이 초강력 태풍에 근접한 초속 53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역대 가장 바람이 셌던 2003년 태풍 ‘매미’의 최대풍속은 초속 51.1m였다. 진로 등이 아직 유동적이긴 하나 우리나라 남해안으로 들어올 경우 이번 태풍이 역대 가장 강한 바람을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풍 ‘마이삭’이 불어 닥친 3일 새벽 최고 101층 높이의 해운대 엘시티 일부 주민들은 로비로 대피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태풍이 해안가 건물 사이를 통과하면서 속도가 더 빨라지는 ‘빌딩풍’ 현상으로 인한 강한 바람 소리에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빌딩풍은 바람이 도심의 고층 건물들 사이를 지나면서 서로 부딪치는 과정에서 기존 속도의 배 또는 그 이상의 강한 돌풍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전국 최초로 정부 주관 빌딩풍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부산대의 '빌딩풍 학술용역팀'에 따르면 ‘마이삭’이 닥친 3일 새벽 해운대 고층건물에서 이 같은 빌딩풍 현상이 확인됐다. 당시 주변 평균 풍속 등을 실제로 관측한 결과, 해운대 바다에서 초속 24m이던 바람이 마린시티에서는 초속 36m, 엘시티에서는 47.6m로 강한 풍속을 기록했다.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의 영향으로 부산지역에 태풍주의보가 발효된 2일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의 영향으로 부산지역에 태풍주의보가 발효된 2일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물이 나오는 호스를 손으로 눌러 물이 나오는 구멍을 작게 만들면 수압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불어오던 바람이 고층 건물들의 좁은 틈 사이로 몰리면서 바람이 강해지는 것이다. 해운대는 마린시티 등을 중심으로 50개가 넘는 150m 이상 높이의 초고층 건물들이 밀집해 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이번 태풍 때 엘시티 건물 뒤편의 상가지역인 ‘로데오거리’에서는 간판, 유리창 등 각종 시설물이 파손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빌딩풍 학술용역팀 단장인 권순철 부산대 교수는 “빌딩풍은 태풍 바람이 빌딩 사이를 통과하면서도 생기지만 형태에 따라 건물을 타고 오르내리는 과정에서도 발생한다”면서 “다시 북상하고 있는 태풍도 강풍을 동반하고 있어 강력한 빌딩풍 발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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