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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린 주식을 산다

입력
2020.09.04 10:54
수정
2020.09.04 17:3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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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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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 번 뿐이니 삶을 즐겨야 한다는 ‘욜로(YOLO)’가 화두였던 때가 있었다. 젊은 세대는 소유보다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이 인사이트가 되어 트렌드 서적을 장식한 적도 있었다. 나 역시 그 말에 공감하던 90년대생 젊은 세대로 해마다 수차례 해외여행을 가고 취향에 맞춰 소확행을 즐기며 왕성한 소비력을 자랑하곤 했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졌고 세상이 변했다. 재난이 일상화되었다. 하루에도 수 통씩 재난 문자를 받는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스타벅스에서는 앉아 있을 수조차 없고 오후 9시 이후에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제는 삶이 즐길 대상이 아니라 재난으로 느껴진다.

욕망이 막힌 시대에 특별히 경험할 것도 없고 즐길 수 있는 것도 없다. 돈 쓰는 젊은 세대이자, 돈 쓰게 만드는 이커머스 기획자이지만 올해는 도무지 소비재에 돈 쓸 일이 없었다. 외출을 줄이니 옷을 안 사고 마스크 쓰고 다니니 화장도 잘 안 하게 되었다. 직장은 계속 다녔으니 돈은 계속 벌었을 텐데, 남은 돈은 어디에 썼을까? 주식 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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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제외하면, 올해 친구들과 가장 많이 이야기한 소재는 주식과 부동산이다. 가장 관심 있었던 인플루언서는 스마트스토어 부업을 유행시킨 신사임당이었다. 한때는 구찌 가방 이야기나 이번 휴가에는 어느 나라에 갈까가 화제였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관심에서 멀어진 느낌이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단톡방을 시끄럽게 하며 설왕설래할 뿐이다.

돈 버는 것이 쉽지 않다지만 사실은 방법을 알면서도 실천할 능력이 없는 것에 가깝다. 최근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이 있었는데 경쟁률이 무려 1,524대 1이었다. 많은 금액을 넣어야 공모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본이 몰려 역대 최대 증거금 기록을 갈아치웠다. 큰손은 70대이고 평균 3억원대를 청약했다고 한다. 청약이 되면 시세차익을 누릴 것이다.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많은 돈을 넣을 자본도 신용도 없어 바라만 보았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수년 전 내가 입사했을 때 강남에 집을 샀으면 지금 수억 원 대 시세차익을 누렸을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내가 번 연봉을 전부 합친 것보다도 큰 금액이다. 쉽지 않은 경쟁을 거쳐 취업해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 것이 의미가 있나라는 회의감이 피어오른다.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서울에서는 집을 살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직장은 서울 근처에 몰려 있고 모두의 부모님이 자녀를 도와줄 수는 없는데.

욕망을 간단히 말하자면, 돈 벌고 싶다. 직장 가까운 서울 역세권에 집 사고 싶다. 부모님 세대처럼, 설령 당장은 아닐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내 집이 생기고 자산이 증식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어릴 때는 당연해 보이던 것이 너무 어려워서 어른의 삶이란 이렇게 고된 것인가 깜짝 놀랄 지경이다. 전세 끼고, 대출 ‘영끌’해서 집을 사놓은 친구들이 부러울 뿐이다.

그래서 주식을 산다. 부동산은 넘볼 수 없고 연봉 상승은 뻔하며 침체된 경기는 나아질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남은 것이 주식뿐이랄까. 실물 경기가 그렇게 안 좋은데 코스피는 2,400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현실이 또래 개미들의 분투를 보여주는 것 같다.

생존이 위기인 시대, 그래서 우린 주식을 산다.





곽나래 이커머스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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