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룽장성 치치하얼대, 코로나19 예방 명분
"열흘에 1번 샤워는 끔찍"... 학생들 강력 반발
유학생 우대 논란까지... 이틀만에 철회ㆍ?사과
중국의 한 대학이 9월 개학을 앞두고 한 달에 3차례만 교내 샤워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가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반발이 커지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학생들이 모이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외 유학생과의 차별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대학은 방침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헤이룽장성 치치하얼대는 지난달 27일 “기숙사 샤워장 운영 방식을 바꿨다”면서 “9월 4일까지 캠퍼스로 복귀한 학생 수가 6,500명에 달하면 한 명당 주 2회 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9월 5일 이후 학생 수가 1만8,700명이 되면 일주일에 한 번, 신입생들이 들어온 이후에는 한 달에 3번만 샤워를 예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체 재학생은 2만5,000명 가량이다.
대학 측은 “샤워장에 사람들이 모여 코로나19 전파 우려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예약제와 인원 제한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1인당 샤워를 포함한 목욕 시간은 1시간을 넘지 못하고, 하루 이용자가 상한선에 도달하면 예약이 자동 차단된다.
헤이룽장성은 지난 4월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인구 1,000만명의 최대 도시 하얼빈을 봉쇄하는 홍역을 치렀다. 당시 해외 유입으로 인해 감염이 시작된 터라 대학은 학생들이 대거 돌아오는 개학을 앞두고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치치하얼대는 하얼빈시에서 북서쪽으로 264㎞ 떨어져 있다.
하지만 새로운 방침에 수긍하기 보다는 대학의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에 불만과 혹평이 쏟아졌다. “겨울도 아닌데 열흘 동안 샤워를 하지 못하는 건 너무 끔찍하다”, “왜 학생들만 샤워를 제한하나, 교수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라”, “씻고 싶을 때 씻지도 못하게 하는 발상이 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나” 등 아우성이 빗발쳤다.
중국 학생들의 원성에 불을 지핀 건 대학의 유학생 기숙사였다. 해외 학생들은 교내 ‘랜드마크’로 불리는 20층짜리 건물 3개 동에 입주해 태양광 온수기로 언제든 목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2인 1실로 운영되는 방 안에는 위성TV와 냉장고, 전화, 인터넷이 설치돼 있고 학교에서 청소와 침구세탁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샤워 횟수를 제한하고, 평소에도 몸을 부대끼며 줄을 서서 씻어야 하는 중국 학생들과는 생활 환경이 극명하게 달랐던 것이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대학은 이틀만에 사과문을 내고 “직원들이 검토 과정에 있던 초안을 실수로 교내 홈페이지에 성급히 올린 것”이라며 “학생들이 불안감을 느끼거나 피해를 입었다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물의를 빚은 새 제도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에 즉시 재검토와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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