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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일, 보좌관 안 시킨다? 현실은 개밥 주기·잔디 깎기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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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일, 보좌관 안 시킨다? 현실은 개밥 주기·잔디 깎기 "웃프다"

입력
2020.09.04 10:00
수정
2020.09.04 20:4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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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 보좌관, 아들 병가 연장에 개입 논란
전·현직 국회 보좌진이 말하는 '어디까지 해봤나'

신원식 미래통합당 의원이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 휴가와 관련해 A대위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추 장관의 아들이 병가를 사용한 근거 기록과 자료가 없어 사실상 무단휴가이자 근무지 이탈이라며 추 장관 아들과 관련자들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뉴스1

신원식 미래통합당 의원이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 휴가와 관련해 A대위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추 장관의 아들이 병가를 사용한 근거 기록과 자료가 없어 사실상 무단휴가이자 근무지 이탈이라며 추 장관 아들과 관련자들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뉴스1


“‘왜 보좌관님이 굳이 이걸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했다. 보좌관 역할은 국회의원 업무 보좌인데…”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2일 공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지휘관들과의 통화 녹취에서 A대위가 했다는 말이다. A대위는 해당 사건이 발생한 2017년 당시 "추미애 의원실 보좌관으로부터 서모 일병의 병가가 연장되는지 묻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확인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추 장관은 이에 대해 “그런 사실이 있지 않다”며 “보좌관에게 뭐 하러 그런 사적인 일을 지시하겠느냐”고 반박했다.

3일 한국일보 취재에 응한 전현직 국회 보좌진들은 ‘의원 개인의 가족일 등 사적인 일’까지 도맡는 경우가 아직도 드물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 내 갑질’이 사회악으로 간주된 지 오래지만, 의원 한 마디에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을 수 있는 의원실에서는 공사(公私)를 넘나드는 ‘부당한 지시’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얘기다.

‘사적인 일, 어디까지 해봤니?’ 물으니 봇물처럼…

의원들의 사적 지시는 상상이상이다. 이날 취재에 응한 한 보좌관은 “자녀 귀국 때 공항 픽업을 시킨다거나 부인이 병원 갈 때 데려다 주는 것, 의원 휴가 때 가족들의 비행기 티켓팅을 해주고, 가족들에게 국회 투어를 시켜주는 일 등은 예사”라며 “중국동포인 의원의 가사도우미를 귀화시키는 것도 해봤다”고 했다. 한 비서는 “국회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의원이 서울에서 살 집을 구해주고, 의원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려 하는데 증여세가 얼마인지 알아보는 것이었다”며 “물론 이사하는 날에는 가서 짐도 날랐다”고 말했다.

삽화. 한국일보

삽화. 한국일보


도가 지나쳐 국회 의원회관에 전설(?)처럼 구전되는 얘기도 있다. 한 비서관은 “본인이 국회에 있을 동안 집에 가서 반려견 밥을 주라고 한다든지, 잔디 깎는 일을 시키는 의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의원의 모든 일정에 동행하는 수행비서의 경우 보좌진 사이에서도 ‘극한 직업’으로 꼽힌다. 출퇴근 시간과 휴일 보장은 언감생심이고, 아예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의원 집에 거주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삽화. 한국일보

삽화. 한국일보

송사에 휘말린 의원이 변호사를 보좌진으로 편법 고용해 법적 대응을 맡기는 일도 암암리 행해지는 적폐 중 하나다. 국민 혈세로, 법률 전문가에게 의정 활동이 아닌 본인 재판 변호 지원을 시키는 셈이다.


삽화. 한국일보

삽화. 한국일보



“파리목숨이라…” 저항 못 하는 보좌진

부당한 지시에도 보좌진이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의원 마음대로’ 해고가 가능한 고용 구조가 깔려 있다. 보좌진 면직은 국회 사무처에 면직요청서를 제출하면 바로 이뤄진다. 특별한 해임 사유가 필요하지 않다. 20년 가까이 의원실에 근무 중인 한 보좌관은 “보좌진은 기본적으로 파리목숨이라 의원에게 ‘아니다’라고 말하려면 잘릴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의원 갑질을 감독하는 기관이 없다는 것도 한계다. 별정직 공무원인 보좌진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공무원법을 적용 받기 때문에 정부의 근로감독 대상이 아니다. 20대 때는 중진, 21대 국회에서는 초선 의원을 보좌하고 있는 한 비서는 “선수(選數)가 높아질수록 갑질을 당연시하는 것은 아니더라. 인성의 문제”라고 잘라 말하면서 “보좌진을 함께 일하는 동료로 생각하는지, 내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부하쯤으로 여기는지의 차이”라고 했다. 의원 스스로 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서희 기자
김현빈 기자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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