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취가 보편화 되기 전, 외과 수술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스피드'였다. 당시 의사들은 빠르게 절단하는게 최고의 의료술이라 믿었다. 더봄 제공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사망 원인은 공식적으론 인후염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피를 너무 많이 뽑아서였다. 1799년 12월 14일 평소 인후염으로 고생하던 워싱턴은 목이 붓고 열이 오르자 의사를 불러 자신의 피를 뽑기 시작했다. 몸에서 나쁜 액체를 뽑아내야 한다는 이른바 방혈(放血)요법을 맹신했던 것.
의사는 워싱턴의 몸에서 무려 2리터의 피를 빼냈고, 결국 워싱턴의 목숨마저 앗아갔다. 이 뿐이랴. 대통령이 되기 전 만성 두통과 변비에 시달리던 에이브러햄 링컨은 수은이 들어간 알약 진통제를 복용하다 중금속 중독까지 더해져 우울증과 발작, 불면증까지 시달렸다.

중세 유럽에선 이발사가 의사였다. 미용뿐 아니라 절단, 부항, 거머리를 활용한 피뽑는 일까지 도맡았다. 이발소의 상징 빨강, 파랑, 하양 색 섞인 기둥은 피, 정맥, 지혈대를 의미했다. 더봄 제공
‘돌팔이 의학의 역사’에 소개된 치료법은 어처구니없다 못해 기괴하다. 울음이 그치지 않는 아이에게 아편을 먹이고, 불치병을 고친다며 미라를 약재로 사용하고, 매독을 치유하겠다며 수은 증기로 가득 찬 욕조에 환자를 들어가게 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겠다며 독극물인 비소를 빵과 함께 섭취하는 게 유행인 적도 있었다. 멀쩡하던 사람도 아프게 만들 엉터리 약과 돌팔이 치료법들이 불과 100년 전까지 횡행했다.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넘어 갈 수 있냐고 비웃을 지 모른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과 건강식품에 혹하는 건 현대인들도 마찬가지다.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있는 한 질병보다 더 독하고 악한 치료법은 계속 나오기 마련이다.

돌팔이 의학의 역사ㆍ디아 강 , 네이트 페더슨 지음ㆍ부희령 옮김ㆍ더봄 발행ㆍ432쪽ㆍ2만5,000원
그래서 저자는 조언한다. 단숨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과 치료법은 없다는 걸 늘 새겨야 한다고. 우리의 성급하고 지나친 생존 욕망이 돌팔이 의학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있는지 모른다. 당장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표백제와 살균제로 없앨 수 있다는 미국 대통령의 약장수 같은 발언도 나오고 있지 않나. 무지는 인간을 죽이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