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 기세가 무서울 정도이다. 다가오는 우려는 실직, 폐업, 빈곤으로 점철될 경제 위기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생계를 국가가 책임지는 기본소득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본소득이 결국 다음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본소득이 경제 위기에 대응할 중요한 정책일 수 있다는 공감대도 있지만 반대로 포퓰리즘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많은 게 현실이다. 일하지 않고 받는 보편적 이전소득은 노동하려는 의지를 상실하게 만들어 경제 및 재정 위기를 더 악화시킬 것이란 것이 대표적인 우려이고 다음으로는 복지가 필요한 하위계층에 돌아갈 재원을 상위계층이 차지하게 되어 소득 양극화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기본소득이 가져올 노동 의지의 감퇴 우려가 일부분 타당하기는 하지만 스위스나 핀란드의 기본소득 검토 사례가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장기적인 일자리 상실에 대비하자는 취지라고 본다면 최근의 경제 위기로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무너지는 상황에서는 노동 의지가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니라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라 맥락을 달리 보아야 한다.
즉 최근과 같은 위기에서 시행을 고려하는 재난형 기본소득과 미래 일자리 부족에 대응하는 대안형 기본소득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재난형 기본소득이 필요한 사람들은 당장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이거나 자영업자들이고, 기본소득 논의의 배경이 된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일자리를 위협받는 상황과는 달리 보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위기는 단순노동보다도 중간 수준의 기술과 숙련을 가진 경우일 것이라고 대부분 진단하는 것만 보더라도 재난형과 대안형 간 기본소득을 보는 입장이 구분될 필요가 있다.
재난형 위기에서는 가장 피해가 큰 계층에 직접적으로 지원을 늘려주는 것이 더 큰 사회적 위기를 막는 것이다. 단지 소비를 촉진시키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계층의 소득을 지원해주는 간접적인 방식보다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 실업과 빈곤에서 오는 위기를 넘기게 해줄 직접적이고 다양한 대책들이 더 시급하다. IMF 경제 위기에서 대규모의 공공근로를 실시해 실업과 빈곤 대책으로 활용한 것 같은 직접 참여에 대한 대가로 지원하는 소득 보장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비대면이 중요한 조건이니 집합형 공공근로를 넘어서는 네트워크형 활동이나 기여를 통한 참여 활동 방식이 다양하게 모색될 필요가 있다.
소득 하위 계층에 대한 현금성 지원을 일정 정도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에 참여하는 대가로 주자는 제안은 지금의 재난 위기 이후에도 기본소득 논의가 발전하기 위한 연결고리가 되기 때문이다. 공짜가 아닌 사회적 기여나 참여의 대가로 주어지고 모든 국민들에게 재정을 뿌리기보다는 생업을 잃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참여할 시간이 늘어난 취약계층이 주로 혜택을 보게 되기 때문에 노동 의욕을 뒷받침하고 소득 하위계층이 더 수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평등연구의 세계적인 진보경제학자인 앤서니 앳킨슨(Atkinson)도 참여소득을 통해 기본소득을 실시하자고 주창한 바 있다. 조건 없는 혜택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보다는 보편적으로 적용될 조건을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 기본소득을 도입하는데 유익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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