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저지대 마을 침수 주민 대피
도로 잠겨 차량 고립사고도 잇따라?
대규모 정전에 강풍 피해도 속출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제주에 강풍과 1,000㎜ 넘는 물폭탄을 쏟아부어 큰 피해를 남기고 빠져 나갔다. 4만여가구가 정전으로 밤사이 불안에 떨었고, 폭우에 만조 현상까지 겹쳐 해안 저지대 마을이 물에 잠겨 주민들이 대피했다. 또 강풍으로 수백건이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으며, 태풍의 여파로 제주를 잇는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이틀째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태풍 마이삭이 퍼부은 폭우에 만조 현상까지 겹쳐 2일 밤 제주시 삼도2동 119센터 인근 저지대 주택 여러 채가 침수됐다. 사진은 3일 새벽 물에 잠긴 삼도2동 골목길의 모습. 연합뉴스.
제주기상청은 제주지역이 태풍 마이삭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남에 따라 3일 오전 6시를 기해 제주도 육상과 해상에 내려진 태풍특보를 강풍주의보와 풍랑경보로 각각 대치했다.
제주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 0시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지점별 누적 강수량은 한라산 남벽에 1,033.0㎜, 영실 958.0㎜, 윗세오름 955㎜ 등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냈다. 또 제주 184.0㎜, 산천단 391.5㎜, 서귀포 236.2㎜, 신례 465.0㎜, 성산 265.0㎜, 금악 373.5㎜ 등 도 전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태풍 마이삭은 강한 바람도 동반했다. 이날 오전 4시 기준 지점별 최대순간풍속은 고산 초속 49.2m, 새별오름 44.7m, 성산수산 41.0m, 마라도 40.0m, 제주 37.1m 등이다.
역대급 물폭탄과 강풍으로 피해도 속출했다.
제주도 재난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2일 오후 11시20분쯤 폭우에 만조 현상이 겹쳐 제주시 삼도 119센터 인근 해안 저지대 마을에 물이 차오르자 일부 주택이 침수됐고, 주민들이 긴급히 대피했다. 마을 도로에는 한때 40∼50㎝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차량 통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폭우로 인해 순식간에 도로가 잠기면서 차량 등에 고립됐다가 구조되는 사건도 잇따랐다. 전날 오후 9시 이후 많은 비로 도로 사정이 악화되면서 제주시 일부 버스노선의 운행도 중단됐다.

태풍 '마이삭'이 제주를 강타하고 지나간 3일 오전 병원 관계자들이 제주시 연동 한라병원에서 도로로 쓰러진 큰 나무를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도 재난본부는 또 전날 오후 5시54분쯤 태풍이 퍼부은 집중호우로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이 범람할 우려가 높아, 인근 주민들에게 월대마을회관으로 대피해달라고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제주시 동문시장 남수각 일대 산지천도 범람 위기를 맞았다.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도 높은 파도와 만조 현상으로 물에 잠겨 인근에 주차했던 차량들을 긴급히 대피시키고, 일대 출입을 통제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3일 오전 4시 현재까지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접수된 태풍 관련 피해 신고는 616건에 달했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항에 정박해 있던 모터보트 1척이 침몰했고, 서귀포시 서호동에서는 강풍에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인근에 주차된 차량을 덮치는 사고가 났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서는 비닐하우스가 강풍에 무너지고, 구좌읍 송당리에서는 전신주가 인근 주택 마당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간판과 유리창, 태양광 패널 등이 파손됐다.
강풍에 고압전선이 끓기는 사고 등으로 인해 제주시 도심 지역을 포함해 도 전역 4만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이 중 상당수 가구에 대한 복구작업이 늦어지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이 접근 중인 2일 오후 제주시 화북동 화북공업단지 앞 도로에서 자동차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나아가고 있다. 뉴시스.
전날 올스톱됐던 제주를 잇는 하늘길과 바닷길도 이틀째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제주국제공항에서는 오전 10시30분 이후로 모든 항공편의 출발이 취소됐다. 이날 제주는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항공기 운항이 재개됐지만, 타 지역 공항 사정 등으로 인해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까지 남부와 중부지방에 위치한 공항의 항공기 결항으로 제주공항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이용객들은 사전에 운항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주 기점 9개 항로 15척 여객선 운항이 전날부터 이날 오전 7시 현재까지 모두 통제된 상황이다. 다만 기상상황에 따라 운항이 재개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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