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부가 내놓은 2060년의 우리나라 가계부(장기재정전망)는 짙은 회색빛이다. 인구가 줄고 성장률이 0%에 수렴하면서,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81.1% 수준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5년 전 정부가 점쳤던 2060년의 비율(62.4%)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내놓은 회색 전망마저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포장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당장 2024년이면 국가채무비율이 58.3%까지 높아지는데, 그 이후 빚이 늘어나는 속도를 조절하기란 쉽지 않다. 재정 전망을 만드는 데 활용한 인구와 경제 지표가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정부는 향후 10년간의 경제성장률이 연 평균 2.3%로 유지될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자료를 바탕으로 전망을 제시했다. 경제성장 동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면서도, 향후 10년간 성장률이 지난해(2.0%)보다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건 다분히 욕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정부는 여기에다 경제가 이런 기본 전망보다 더 나아질 것을 전제로 한 전망치까지 함께 내놓았다.
인구 전망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인구 감소에 따른 충격을 지난해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당시 통계청은 출생율이나 기대 수명 등을 바탕으로 '중위', '고위', '저위' 세 개의 시나리오를 함께 제시했는데, 정부가 활용한 것은 기본 시나리오인 '중위'와 인구 감소세가 둔화하는 '고위' 둘 뿐이었다.
요즘 같아서는 인구 감소가 예상보다 더 빨라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정부는 통계청이 제시한 자료마저도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낙관적이라고만 볼 것이 아니라 정부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국가가 한다고 해서 장기 전망이 꼭 맞으란 법은 없다. 다만 국민이 공감할 현실성만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본다. 향후 10년간 성장률이 작년보다 높고, 인구는 덜 줄 것이란 시나리오만 내세운 전망은 ‘반쪽짜리’다. 이런 식으로는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훨씬 낮다”며 요즘 정부가 줄곧 강조하는 팩트조차 공감을 얻기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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