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대만협회 1982년 외교문서 돌연 공개
"中 위협 따라 대만 제공 무기 규모 달라져"?
'8ㆍ17 코뮤니케' 무시... 中 "최후 결전 준비"
미국이 1982년 대만에 판매하는 무기를 줄이기로 중국과 합의해놓고 물밑으로는 군사 지원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만의 무장 수준을 중국의 위협 수위에 따라 결정한다는 미국의 외교 원칙도 확인됐다. 이에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과 최후의 결전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항전을 촉구했다.
레이건에게 뒤통수 맞은 덩샤오핑
미국의 대만 주재 대사관 격인 재대만협회(AIT)가 2일 공개한 1982년 당시 외교문서에 따르면, 로렌스 이글버거 국무부 차관보는 7월 10일 제임스 릴리 AIT 대표에게 전문을 보내 "대만에 제공하는 무기의 양과 질은 전적으로 중국의 위협 수위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에 무기 판매를 줄이려는 미국의 의지는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얼마나 평화로운 해법을 찾느냐에 달렸다"면서 "중국이 적대적으로 나오면 미국은 대만에 더 많은 무기를 판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군사장비 도입을 늘리는 현재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앞서 조지 H.W 부시 미 부통령은 같은 해 5월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鄧小平)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덩샤오핑은 "대만에 무기 판매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백악관은 내부적으로 수용불가 방침을 정했으면서도, 주중 대사가 전달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구두 친서에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중국에 맞장구를 쳤다.
美, 중국 달래면서 대만에는 '6개 보장'
미국은 8월 17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줄여나간다"는 내용의 합의로 중국을 달랬다. 대만의 무기 도입이 이슈로 불거질 때마다 중국이 미국에게 지키라고 촉구하는 '8ㆍ17 코뮤니케(공동성명)'다.
하지만 이날 조지 슐츠 국무장관이 AIT에 보낸 전문에는 대만에 제공하는 '6개 보장'이 담겨 있다. △무기 판매 기한을 정하지 않고 △무기 수출을 중국과 협의하지 않고 △타이베이와 베이징 간 중재 역할을 맡지 않고 △대만관계법을 개정하지 않고 △대만 주권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고 △대만이 중국과 협상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안전보장 조치를 취해 달라"는 대만의 요청에 부응한 것이다.
슐츠 장관은 6개 보장에 대해 "8ㆍ17 코뮤니케를 해석하는 지침"이라고 강조햇다. 중국과의 합의보다 대만이 우선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는 AIT에 속히 장징궈(蔣經國) 총통을 만나 미국의 정책을 설명하고 군사검토회의를 개최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대신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듯 "6개 보장은 레이건 대통령과는 무관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美, 서독 전투기도 대만에 공급
당시 국무부 전문에는 대만에 지원할 구체적인 장비의 규모도 적시돼 있다. 8월까지 미 정부가 의회에 통보해 대만과의 F-5E 전투기 공동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서독에서 23대의 F-104Gs 전투기를 들여와 대만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전투기 모두 훈련기로도 사용할 수 있어 미국이 대만 전투기 조종사 양성을 지원한 셈이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발표한 '인도ㆍ태평양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2008년 이후 대만에 제공한 군사장비는 220억달러(약 26조원)에 달한다.
미국이 대만을 중시해온 외교문서를 돌연 공개하자 중국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뒤흔드는 중대한 도발"이라며 "6개 보장은 불법이고 무효"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전례 없이 중국의 반발을 무시하며 적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군사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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