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북한發 악재 선제차단
IAEA "北, 지속적 핵활동 징후 포착"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 시험발사 3주년을 대대적으로 조명했다. 사진은 2017년 7월 4일 화성-14형 시험발사 당시 모습.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1일(현지시간) 북한의 핵ㆍ탄도미사일 개발을 경고하는 공개 보고서를 발간했다. 내용 자체는 기존과 별 차이가 없고 제재 명단과 내용 등에 대한 설명 분량이 많지만, 11월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이례적으로 유관부처 합동 보고서 형식을 빌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ISN)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이날 공동 작성한 19쪽짜리 '북한 탄도미사일 조달 관련 권고안'을 각 부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핵심 조달 주체, 주요 품목, 제재 회피 기법 등이 담겼다. 또 미국법상 북한 핵 활동 관련 제재 조항, 현재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단체 등도 나열했다. 새로운 규제를 발표한 게 아니라 기존 내용을 정리해 문건 형태로 다시 공지한 것이다.
미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부품 및 기술 확보 시도에 실수로라도 협조하지 말 것을 산업계에 당부했다. 국무부는 "우리는 주의보에 명시된 구체적인 물품을 포함해 미사일 관련 장비와 기술을 획득하려는 북한의 시도에 대해 민간분야가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기술 조달 지원을 방조하면 미국과 유엔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과 관계돼 있다는 점을 숨기는 제3기관과의 거래를 유의하라고도 했다.
3개 부처가 합동으로 북한 탄도미사일 개발 저지 관련 보고서를 낸 것은 처음이다. 이를 두고 11월 3일 대선을 2개월 앞두고 북한발(發) 돌발 악재가 터져나올 것을 우려해 강력한 사전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해석이 많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처해 대선 전 성과를 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도발에 나서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외교가 도마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때마다 묵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온 것과 달리 탄도미사일 문제를 정조준한 이유다.
최근 들어 미국 정부는 북한 관련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며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사이버안보 담당 부처 4곳이 합동으로 북한의 금융 해킹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했고, 이튿날에는 북한 해커 소행으로 의심되는 가상화폐 탈취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가 계좌 몰수 소송에 나섰다. 법무부는 이날도 대북제재를 회피하고 북한의 자금세탁에 공모한 기업을 적발해 67만달러(약 8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존 디머스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앞으로도 북한의 억압적인 정권을 강화하기 위해 자금세탁이나 제재 위반에 가담하는 행위를 적발해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1일(현지시간) 최신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 활동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IAEA는 "위성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차량의 움직임이 확인됐다"면서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경수로의 시설 내부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평양 인근 강선에 소재한 핵 관련 의혹 시설을 우라늄 농축시설로 추정하면서 "이 곳에서도 정기적인 활동 징후가 포착됐다"고 적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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