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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관세청장에게 "마약연루자 즉각 죽여라"

입력
2020.09.02 14:00
수정
2020.09.02 14:19
15면
0 0

"왜? 여태 1명도 죽이지 않았나" 질책
인권단체 "마약 전쟁 사망자 6000명"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마닐라=AP 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마닐라=AP 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 연루자를 즉각 죽이라(kill)"고 관세청장에게 명령했다. 마약 밀수가 근절되지 않는 상황을 질책하며 나온 발언이다.

2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TV연설에서 레이 레오나르도 게레로 관세청장에게 지시한 내용을 소개했다. 게레로 청장에게 "마약이 여전히 들어오고 있다.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이 마약 연루자를 죽이는 것이다. 죽여도 감옥에 가지 않도록 내가 보호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두테르테 대통령은 "(게레로 청장이) 총을 요구해서 총기 구입을 승인했는데도 지금까지 한 명도 죽이지 않았다"고 따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년 전 관세청장이 연루된 대규모 마약 밀수 사건이 터지자 육군 참모총장을 역임한 장성 출신의 게레로 해양산업청장을 관세청장으로 발탁했다. 부패 척결과 마약 밀수 차단의 적임자로 판단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사범 사살은) 이미 둘 사이에 이야기가 다 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눈물 흘리는 얼굴을 그려넣은 하얀 천으로 본래 얼굴을 가린 필리핀 시위대가 '마약과의 전쟁'을 멈추라고 필리핀 정부에 촉구하는 모습. 마닐라=로이터 연합뉴스

눈물 흘리는 얼굴을 그려넣은 하얀 천으로 본래 얼굴을 가린 필리핀 시위대가 '마약과의 전쟁'을 멈추라고 필리핀 정부에 촉구하는 모습. 마닐라=로이터 연합뉴스

인권단체들은 '야만적인 명령'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2016년 6월 시작된 '마약과의 전쟁'을 학살이라고 비난하며 국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해 숨진 시민 수가 6,000명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대부분 용의자가 사망해 단속 과정에서 일어난 인명 사고의 전말은 전적으로 경찰 진술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필리핀 아동보호단체들은 단속 과정에서 숨진 어린이도 100명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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