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ㆍ中 밀착 내세워 독자 확보 전략?
전문가들 "자국민 건강 놓고 도박" 비판
미국이 세계 170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ㆍ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미국과 사이가 틀어진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한다는 이유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또다시 자국민의 건강 문제를 놓고 정치적 도박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하고, 공평하게 분배하는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WHO는 감염병혁신연합(CEPI),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와 공동으로 코백스 퍼실리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특정 국가가 백신을 독점하는 것을 막고, 모든 나라가 공평하게 확보해 고위험군 환자에 우선 접종시키는 것이 목표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 역시 참여를 확정지은 상태다.
미 행정부 내에서도 알렉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등이 코백스에 관심을 보였으나 반대에 부딪혔다고 WP는 전했다. 정부가 개발을 지원하는 백신 후보물질 다수가 3상 임상시험에 돌입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어 혼자 힘으로도 충분히 백신을 확보할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세계 파트너들과 협력을 계속하겠지만 부패한 WHO와 중국의 영향을 받는 다자기구에 제약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7월 WHO에 탈퇴를 공식 통보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위험한 전략이라는 우려를 쏟아냈다. 미 조지타운대에서 세계보건법을 강의하는 로런스 고스틴 교수는 "미국은 '혼자 하겠다(go-it-alone)'는 전략으로 엄청난 도박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켄들 호이트 다트머스 가이젤의대 조교수도 "코백스 불참은 백신 보험에서 탈퇴하는 셈"이라며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근시안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개별 제약사와 독자적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코백스에도 참여하는 '투트랙 방식'이 가능한데 왜 안정적으로 백신을 공급받을 기회를 포기하냐는 것이다. WP는 "정부에서 독자적 계약을 추진한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최종 실패하는 경우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의 독자 행동은 백신 사재기를 억제하고, 모든 국가의 고위험군에 우선 접종한다는 코백스 프로젝트의 목적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백신을 대량 선점하면 다른 나라에 갈 물량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다른 나라가 코로나19로 장기간 록다운 상태에 머무르면 미국 경제 역시 회복되기 어렵고, 해외에서 환자가 유입될 가능성도 크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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