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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축은? 인터넷은? 반려동물은? 인구조사 60년에 담긴 시대상

입력
2020.09.03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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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축과 녹음기 등 각종 전자기기들이 한창 보급되던 1970년대 당시 서울 도심의 한 음악다방에서 20대 여성이 헤드폰을 낀 채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왼쪽) 1990년, 막 가정용 컴퓨터가 보급되던 당시, 서울의 한 국민학교에서 학생들을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다. (오른쪽)

전축과 녹음기 등 각종 전자기기들이 한창 보급되던 1970년대 당시 서울 도심의 한 음악다방에서 20대 여성이 헤드폰을 낀 채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왼쪽) 1990년, 막 가정용 컴퓨터가 보급되던 당시, 서울의 한 국민학교에서 학생들을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다. (오른쪽)

# “귀하의 댁에는 녹음 기기, 혹은 전축이 있습니까?” (1970년)

# “귀하의 댁에는 컴퓨터가 있습니까? 있다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습니까?” (2000년)

# “당신은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까?” (2020년)

이 질문들엔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다. 다방에서나 구경하던 전축이 이제 막 ‘생활가전'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던 70년대엔 ‘전축의 유무’가 곧 한 가구의 경제 수준을 판가름하는 척도였고, 80년대엔 ‘칼라 텔레비전’이, 90년대엔 ‘자가용 승용차’가 빠르게 그 자리를 대체했다. ‘닷컴 시대’가 열린 2000년대엔 ‘가정용 컴퓨터’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으며, 1인 가구 수가 전체 1/3에 육박하게 된 오늘날엔 반려동물이 고독한 현대인의 차가운 일상을 지피는 ‘가족’이 됐다. 시대가 변화하는 최전방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수’로 박제하는 물음, 인구주택총조사 속 질문의 한자락들이다.

인구주택총조사는 전후 혼란이 채 가시지 않은 1960년부터 ‘팬데믹’ 시대를 맞이한 2020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5년에 한번씩 ‘가가호호’ 나라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시대상’을 기록해 왔다. 이름과 성별, 나이와 가족관계, 거주지 정도를 묻는 데에 그칠 거라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조사항목만 50여 개에 달한다. ‘혼자 산 기간’부터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 여부’, 마시는 물의 ‘출처’까지 꼼꼼하게 물어 기록되는 이 ‘숫자’들은 곧 나라 정책이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든든한 토대가 되어왔다.

한국일보 ‘뷰엔(view&)’팀이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인구주택총조사의 ‘질문 변천사’를 되짚어봤다.

[1960~70년대] 출산율 ‘6.1명’ 베이비붐 시대에서 핵가족 시대로

1960년 실시된 '인구주택국세조사',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면모를 갖춰 실시한 최초의 인구센서스였다. 국가기록원

1960년 실시된 '인구주택국세조사',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면모를 갖춰 실시한 최초의 인구센서스였다. 국가기록원

우리나라 최초의 인구 통계 조사는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과 함께 이뤄졌다. 1950년대 후반 가파르게 증가한 신생아수는 60년대에 이르러 정점을 찍는다. 1960년 '인구주택세무조사’를 통해 집계된 합계출산율은 6.1명, 당시 폭발적인 인구 증가율을 확인한 정부는 국가주도형 산아 제한 정책을 내놓게 된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3년)는 유명한 표어도 바로 이때 등장했다. "3명 자녀, 3년 터울로, 35세 전에 단산하자”(1966년)처럼 아예 ‘3명 이상 낳지 말라’는 메시지를 구체화한 구호도 연달아 나왔다. 그로부터 60여년이 지난 2017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1.05명이다.

1968년, 학생수가 1만명을 훌쩍 넘겼던 서울 동대문구 전농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 출산율이 정점을 찍었던 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 태어난 아이들이 막 초등학생이 됐을 무렵이다.

1968년, 학생수가 1만명을 훌쩍 넘겼던 서울 동대문구 전농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 출산율이 정점을 찍었던 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 태어난 아이들이 막 초등학생이 됐을 무렵이다.


1976년, 라디오 앞에 모여든 동네 꼬마들이 흘러나오는 가락에 맞춰 고개를 흔들고 있다. 아직 텔레비전 보급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지라, 라디오를 통해 방송되는 '음성 연속극'이 큰 인기를 끌었다. 저녁이면 온 마을사람들이 라디오가 있는 집 마루로 모여들어 함께 연속극을 듣는 것이 하루 일과의 마지막이었다.

1976년, 라디오 앞에 모여든 동네 꼬마들이 흘러나오는 가락에 맞춰 고개를 흔들고 있다. 아직 텔레비전 보급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지라, 라디오를 통해 방송되는 '음성 연속극'이 큰 인기를 끌었다. 저녁이면 온 마을사람들이 라디오가 있는 집 마루로 모여들어 함께 연속극을 듣는 것이 하루 일과의 마지막이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급속 경제 성장기’에 진입하며 본격적인 ‘가전 소유 시대’가 열렸다. 그에 따라 조사 항목에 텔레비전, 전축, 전화, 냉장고 등의 전자 기기 소유 여부를 묻는 항목이 추가됐다. 특히 70년대에는 텔레비전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며 본격적인 ‘방송 시대’가 도래했다. 축구, 권투, 레슬링 등의 스포츠 경기들이 실시간으로 중계됐으며, 물 건너 수입된 ‘외화 시리즈’들이 방송되며 외국 문화가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이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들의 시청률이 무려 70%에 달했을 정도니, 70년대 국민들의 ‘TV 사랑’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1976년, 전파상 쇼윈도에 진열된 텔레비전 앞으로 남중생들이 한가득 몰려들어 있다. 70년대 당시만 해도 '컬러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이전이었지만, , <113수사본부>와 같은 TV드라마들은 '광풍'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다. 1981년에 이르러 TV 수상기 보급이 80%를 넘겼고, 컬러 방송이 전면 실시됐다.

1976년, 전파상 쇼윈도에 진열된 텔레비전 앞으로 남중생들이 한가득 몰려들어 있다. 70년대 당시만 해도 '컬러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이전이었지만, <아씨> , <113수사본부>와 같은 TV드라마들은 '광풍'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다. 1981년에 이르러 TV 수상기 보급이 80%를 넘겼고, 컬러 방송이 전면 실시됐다.


‘문화 시설’조사 항목의 일부에는 ‘신문 구독 여부’와 ‘피아노’도 포함됐다. 이른바 ‘중산층’이 탄생하며 취미 악기 열풍이 불었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 악기만을 도매로 취급하는 ‘낙원 상가’가 등장하기도 했다.


1970년대 당시 음악다방에서 턴테이블을 돌리던 젊은 DJ의 모습. 이 당시 대학가에선 청바지에 통기타를 둘러맨 대학생들이 낭만을 노래했다. 1971년 명동에만 70여개에 달하는 음악다방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70년대 당시 음악다방에서 턴테이블을 돌리던 젊은 DJ의 모습. 이 당시 대학가에선 청바지에 통기타를 둘러맨 대학생들이 낭만을 노래했다. 1971년 명동에만 70여개에 달하는 음악다방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적인 ‘건설’ 바람에 힘입어 아파트 시대가 열리면서부터는 주택의 ‘질’을 가늠하기 위한 조사 항목도 속속 추가됐다. 주택의 건축 연도와 방 수, 층 수, 조명 시설 등을 세세한 질문이 포함됐다. 60년대만 해도 서울 곳곳에 대규모로 남아있던 판잣집 군락들이 70년대에 이르러 급격히 사라지고, 입식 주방과 변기를 갖춘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서양식 주택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1971년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판잣촌 모습. 전쟁 직후 '날림'으로 지은 슬레이트 지붕집들로 즐비하다.

1971년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판잣촌 모습. 전쟁 직후 '날림'으로 지은 슬레이트 지붕집들로 즐비하다.

강남아파트 신화의 시초격인 ‘구반포아파트’도 1972년 당시 준공됐는데, 일부 단지의 입주 신청 세대주는 ‘불임시술(정관 수술) 확인증’을 확인받아야만 했다. ‘산아 제한’ 정책이 한창이던 70년대를 대표하는 상징적이고도 재미있는 풍경이다. 실제로 당시엔 2자녀 이하를 둔 남성 가장이 정관 수술을 받으면 공공주택 분양 우선권을 주거나,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줬다.

1974년 강남에 신축된 반포아파트의 모습. 1970년대엔 전국적으로 '아파트 건설' 광풍이 불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활발한 개발이 진행됐다. 반포 주공 아파트는 1972년,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6년 준공됐다.

1974년 강남에 신축된 반포아파트의 모습. 1970년대엔 전국적으로 '아파트 건설' 광풍이 불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활발한 개발이 진행됐다. 반포 주공 아파트는 1972년,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6년 준공됐다.


한편, 1973년 ‘임신중절 수술’이 합법화되자 수많은 여아들이 낙태되기도 했다. 남아선호사상 때문이었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는 이런 잔인한 현실 위에서 탄생했다.

1974년에 나온 '산아 제한' 공익 광고.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가 적혀있다. 국가기록원

1974년에 나온 '산아 제한' 공익 광고.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가 적혀있다. 국가기록원



[1980~90년대] 후끈 달아오른 ‘교육열’, ‘천만’ 대도시 서울

1980년, 교실을 빼곡하게 채운 서울 도심의 한 국민학교 풍경.

1980년, 교실을 빼곡하게 채운 서울 도심의 한 국민학교 풍경.


1974년 고교평준화, 1979년 대학 정원 대폭 확대를 거치며 대학 진학률이 3배 이상 급증한 80년대는 ‘교육열’이 뜨거웠다. 당시 인구조사에서 ‘1년 전 거주지’를 묻는 항목과 ‘전공학과’를 묻는 항목이 신설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 좋은 학군, 더 열린 기회를 찾아 ‘도시’로 이주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고, 지역별로 교육수준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1994학년도 서울대 입학 원서 접수 마지막날, 수험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접수처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장 눈치 작전은 인터넷 원서 접수가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계속됐다.

1994학년도 서울대 입학 원서 접수 마지막날, 수험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접수처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장 눈치 작전은 인터넷 원서 접수가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계속됐다.


학력고사가 진행된 1991년 12월 각 지역의 고등학교 동문회가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한 현수막이 서울대학교 캠퍼스 곳곳에 걸려 있다. 선지원 후시험 제도가 시행되던 시기로 수험생은 지원 대학에서 시험을 치렀다..

학력고사가 진행된 1991년 12월 각 지역의 고등학교 동문회가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한 현수막이 서울대학교 캠퍼스 곳곳에 걸려 있다. 선지원 후시험 제도가 시행되던 시기로 수험생은 지원 대학에서 시험을 치렀다..


당시 ‘전공학과’ 조사란의 세부 항목을 보면, 교육 수준을 성별, 연령, 지역별로 파악했으며, 전공분야 또한 ‘계열별’로 집계했다. 교육 수준과 출신 전공이 향후 직업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파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이 곧 ‘계급 상승의 사다리’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뜨거운 교육열에 힘입어, 1988년 서울은 '천만' 인구를 자랑하는 대도시가 된다.

아파트 공화국'이 된 1990년대의 서울 도심 주거지의 풍경.

아파트 공화국'이 된 1990년대의 서울 도심 주거지의 풍경.

산아제한 정책이 효과를 보기 시작한 80년대, ‘핵가족’은 새로운 ‘기본값’으로 등장했다.특히 80년대엔 ‘초음파 검진’ 통해 신생아의 성별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남아선호사상'에 따른 성비 불균형이 심화하기 시작했다. 1990년 ‘116.5:100’이라는 최악의 성비를 기록한 이후 초등학교 교실마다 '남-남' 짝꿍이 늘어났다. 당시 인구조사 광고물에 “선생님! 착한 일 하면, 여자 짝꿍 시켜주나요?”라는 문구가 등장했을 정도다. 당시 태어난 80~90년대생 여성들이 가임기에 접어든 현재, ‘역대 최악 출산율’이 매번 경신되고 있는 상황은 이미 30년 전에 예견된 셈이다.

'대한가족계획협회'가 발행한 '성비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익광고 포스터. "선생님! 착한 일 하면 여자짝꿍 시켜주나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국가기록원

'대한가족계획협회'가 발행한 '성비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익광고 포스터. "선생님! 착한 일 하면 여자짝꿍 시켜주나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국가기록원


[2000년대] ‘경력 단절’ ‘초저출산 시대’의 도래

1999년, 한 가정에서 아버지와 딸이 PC통신을 이용하고 있다.

1999년, 한 가정에서 아버지와 딸이 PC통신을 이용하고 있다.


“둘도 많다” “하나만 잘 키우자”던 가족계획 홍보 문구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슬그머니 ‘정반대’로 바뀌었다. “자녀에게 가장 큰 선물은 동생입니다”.

본격적인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맞아 인구주택조사의 세부 항목엔 1990년 이후 사라졌던 ‘초혼연령’ 조사 항목이 다시 등장했다. ‘추가 계획 자녀 수’ 항목이 신설되는가 하면, ‘고령자 생활비 원천’이나 ‘노후 준비 방법’, ‘치매 중풍 시설 입소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도 추가됐다. 고령화에 대한 불안감과 노후 준비의 필요성 등 사회적 인식 변화의 반영이었다.

2002년 서울 명동의 한 쇼핑몰에서 휴대폰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2002년 서울 명동의 한 쇼핑몰에서 휴대폰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의 영향으로 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이전 30년간의 변화보다 더욱 큰 폭으로, 더 빠른 속도로 변했다. 2000년 조사 항목에 신설된 ‘컴퓨터 및 인터넷 활용 상태’와 ‘개인휴대용 통신기기 활용 상태’는 2005년 조사에선 대부분 지역에서 자취를 감췄다. 불과 5년 사이에 가정용 컴퓨터와 휴대폰이 필수품이 됐기 때문이다.

2004년 7월을 기준으로 '주5일근무제'가 도입됐다. 한국일보 2003년 8월 30일 1면

2004년 7월을 기준으로 '주5일근무제'가 도입됐다. 한국일보 2003년 8월 30일 1면


'주 5일 근무제 시행'로 시민들의 '삶의 질'이 변화하기도 했다. '여가 활용 형태'를 묻는 항목이 추가됐고, 여행, 문화 생활, 창작 취미, 운동경기 관람 등 다양한 선택지가 만들어졌다. ‘자동차 보유 대수’가 교통수단 항목에 신설되기도 했다. 주말이 길어지며 자가용을 장만하는 3~4인 가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1999년 삼성전자가 서울 조선호텔에서 TV휴대폰 개발 발표회를 개최하고 있다.

1999년 삼성전자가 서울 조선호텔에서 TV휴대폰 개발 발표회를 개최하고 있다.

관심을 받지 못하던 사회ㆍ구조적 문제점이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통계’로 가시화 되면서 시대의 화두가 되기도 했다. 2010년대에 이르러 ‘저출산’의 핵심 원인으로 대두된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가 그렇다. 이미 수 십 년간 존재해 온 문제였지만 2015년이 되서야 명확한 통계 자료를 통해 사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당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여성의 ‘결혼 전 취업여부’와 ‘자녀출산 시기’를 함께 조사했고, 그 결과 20세 이상 기혼여성 중 결혼, 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 경험이 있는 여성은 696만명(44%)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20년] 다가오는 ‘인구주택총조사’의 화두는?

국가가 집계하는 ‘통계’는 과거 정책의 성적표이자, 미래 정책의 이정표이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자세하게 조사할지에 대해 학계 전문가와 정책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새롭게 추가되거나, 보다 구체화되는 조사 항목을 뜯어 보면, 한 시대의 고민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다.

다음달 15일부터 비대면으로 실시되는 ‘2020 인구주택총조사’의 새 화두는 ‘1인 가구의 삶’과 ‘반려동물’이다. 2015년 당시, 간단한 형태의 보조 설문을 통해 ‘1인 가구’ 규모만을 파악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얼마나 혼자 살았는지’부터 ‘1인 가구가 된 계기’까지 상세하게 묻는다. 조사 결과는 1인 가구를 위한 소형주택을 다양한 규모로, 다양한 필요에 따라 공급하기 위한 정책의 ‘기반’이다. 대강 1,000만 정도의 '잠정치'로만 추정돼 온 반려동물 인구도 국가 통계 역사상 최초로 공식 집계된다. 최근 2~3년간 끊이지 않았던 ‘대형 화재’에 대해서도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소방시설 보유여부’ 조사항목이 신설될 예정이다.


박지윤 기자
서현희 인턴기자
전윤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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