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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중국 '쿼드블록' 손짓하는 미국, 거리 두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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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중국 '쿼드블록' 손짓하는 미국, 거리 두는 한국

입력
2020.09.03 01: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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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역내 7개국 협의체를 쿼드 확장판 규정
한국은 "쿼드와 무관한 방역 협의체" 선 긋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7월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 악수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7월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 악수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미국 주도로 발족한 '역내 7개국 차관급 협의체'의 성격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간 입장 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 포위망 구축을 위한 4자(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협력체인 쿼드블록(Quad Blocㆍ이하 쿼드)의 확장판 격으로 규정했지만, 한국은 "쿼드와는 무관한 방역 협의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국을 잠재적 쿼드 회원국으로 보는 미국의 시선과 쿼드가 반중(反中) 성격을 띠는 한 참여하기 어렵다는 한국의 입장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열린 '미ㆍ인도 전략동반자 포럼'에서 "인도ㆍ태평양 지역판 나토 설립 얘기가 나오는데,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역시 2차 대전 뒤 12개국으로 출발해 지금은 27개국으로 확대됐다"면서 "쿼드에 참여하는 4개국으로 먼저 출발하는 게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쿼드 확대 가능성과 관련, "쿼드 4개국과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 7개국이 참여하는 차관급 협의체가 매주 실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건 부장관이 언급한 차관급 7개국 협의체는 미국 주도로 지난 3월 발족됐다. 신생 모임이지만, 5개월 간 11차례 협의를 진행했을 정도로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다. 쿼드 확대 방안을 설명하던 비건 부장관이 이 협의체를 소개한 것은 쿼드 확대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서구 학계와 언론을 중심으로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이 더해진 '쿼드 플러스' 개념까지 오르내렸지만, 미 정부 당국자가 한국이 포함된 쿼드 플러스 개념을 직접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우리 정부는 즉시 부인했다. 한국이 참여 중인 7개국 협의체와 쿼드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2일 "7개국 차관급 협의체와 쿼드 간 연관성이 있으냐"는 본보 질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 정상화 방안과 백신ㆍ치료제 공급 등을 논의해온 다자협의체"라면서 "쿼드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공식 요청도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의 조심성은 쿼드가 띤 반중(反中) 성격 때문이다. 중국 포위망 구축을 목표로 한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은 구상만 있을 뿐 구체성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동인이 있는 4개 국가를 먼저 규합했고, 이것이 바로 쿼드다.

비건 부장관이 한국을 포함한 7개국 협의체를 언급한 것은 가볍게 넘겨볼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나토에 비유할 정도로 미국의 쿼드 구축 계획이 공식화된 것"이라면서 "한국에도 입장할지 말지를 서둘러 결정하라'는 재촉"이라고 했다.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쿼드에 새겨진 '반중' 이미지를 다소 지우려는 분위기"라면서 "한국처럼 중국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국가들을 일단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비건 부장관은 이날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연쇄 전화 협의를 가졌다. 양측은 되도록 이른 시일 내 만나 양국관계는 물론 지역 정세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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