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이 지난달 4조원 넘게 급증했다. 저금리로 신용대출 금리가 뚝 떨어진데다, 조만간 정부가 신용대출을 조일 거란 예상에 대출창구로 ‘막차 행렬’이 몰린 결과로 해석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124조2,747억원)은 7월 말보다 4조755억원 늘었다. 6월과 7월에도 각각 2조8,374억원과 2조6,760억원씩 늘면서 두 달 연속 ‘사상 최대 증가세’를 보였는데, 지난달에는 이를 훨씬 뛰어넘은 셈이다.
올 들어 신용대출 급증세는 지속되고 있다. 저금리 여파로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보다 낮아진데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부족해진 주택 관련 자금을 상대적으로 심사가 까다롭지 않은 신용대출로 충당하고 있는 영향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주식 개인투자자들이 신용대출로 투자금을 마련하는 ‘빚투’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중순부터는 금융당국이 곧 신용대출 창구마저 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대출 수요가 더 늘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중순 은행권에 “과도한 신용대출이 주택시장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준수 등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구두 경고를 했다. 실제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1~13일까지는 1조2,000억원 늘었지만 14일부터 31일까지는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2조8,000억원이나 뛰었다.
신용대출 급증세에 당국과 은행들은 긴장하고 있다. 신용대출은 별도 담보 없이 개인의 신용등급과 직장 등을 검토한 뒤 이뤄지기 때문에 담보대출 대비 리스크가 높다. 경기가 악화할 경우 금융회사의 건전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들은 신용대출 상품의 소득 대비 한도 비율을 낮추거나 상품 한도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은행 신용대출에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대출 문턱을 급격히 높이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대출을 갑자기 깐깐하게 할 경우 ‘비올 때 우산 뺏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는 강화하되 정부의 서민금융지원 기조에는 어긋나지 않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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