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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댓글 아웃 1주일 째... 여전히 반응은 천차만별

입력
2020.09.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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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네이버 스포츠 기사 댓글창

폐쇄된 네이버 스포츠 기사 댓글창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이어 네이버까지 스포츠 분야 댓글을 폐지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악성댓글 생성을 막아 선수들의 정신적 피해를 줄인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폭언 등은 놔둔 채 무작정 댓글창만 폐쇄해 공론장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포츠 분야 댓글 폐지가 현실화 된 건 지난달 1일 알려진 여자프로배구 선수였던 고(故) 고유민의 극단적 선택 후였다. 당시 배구 팬들은 죽음의 배경에 갑작스러운 포지션 전환 후 겪은 부진, 그로 인한 악플 세례가 고유민을 괴롭혔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달 7일 다음이 가장 먼저 스포츠댓글 서비스를 중단했고, 네이버는 27일부터 스포츠 댓글을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당시 네이버는 블로그 공지사항을 통해 "일부 선수를 표적으로 명예 훼손, 비하하는 댓글이 꾸준히 생성됐다"며 "모니터링 기술을 강화했으나, 최근 악성댓글 수위와 그로 인해 상처받는 선수들의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었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많은 스포츠 팬들은 선수 등 특정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피해를 안기는 악성댓글을 양산할 수 없어졌다는 점에서 댓글 폐지 정책을 반겼다. 평소 댓글의 문제점을 느끼고 있었다는 정모(29)씨는 "악성댓글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댓글 폐지 정책은 적절했다고 본다"며 "선수가 경기 후에 자신의 이야기를 다루는 기사들을 볼 수밖에 없는데, 그곳에 응원 댓글보다 비난 댓글이 더 많다면 정신적 공황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론장' 역할을 하던 댓글창을 전면 폐쇄한 데에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팬들은 스포츠 기사 댓글을 통해 그날의 경기에 대한 분석이나 소회 등을 나누며 공감을 주고 받아왔다. 또 일부 전문성을 갖춘 네티즌들이 나서 기사에 담기지 않은 관련 이야기들을 댓글로 풀어, 사안에 대한 이해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대학생 이모(21)씨는 "다른 사람들은 이 경기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데, 댓글이 사라져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며 "공론장 기능을 전면 폐쇄하진 말았어야 했다"고 했다. 한 프로스포츠 관계자는 "기자의 의견이 담긴 기사에선 팬들이 댓글로 기자와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면서 사안에 대한 폭 넓은 대화나 토론이 이뤄지기도 했는데, 이 기능이 없어진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고유민이 지난 5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에 올린 악성 메시지 자제 당부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고유민이 지난 5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에 올린 악성 메시지 자제 당부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또 일각에선 포털사이트 댓글창이란 창구를 틀어막는 게 진정 악성댓글을 뿌리 뽑는 해결책이 아니란 지적도 이어진다. 커뮤니티나 선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메시지를 통해 폭언을 퍼붓는 경우는 여전히 비일비재 하기 때문이다. 고유민 역시 지난 5월 "팬도 아니신 분들이 충고 같은 글을 SNS 다이렉트 글(다이렉트 메시지)로 보내지 말아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대학원생 임모(25)씨는 "댓글창을 폐지할 게 아니라, 악성댓글이나 메시지로 선수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악성댓글을 남기고 싶다는 동기를 해소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장소만 옮겨 같은 행동을 반복해, 결국 풍선효과만 남게 된다"며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동기나 이유를 분석해 근본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확실하고 신속한 방법일 수록 동기 억제가 효과적인 만큼, 처벌을 통한 동기 억제 등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결책으로 '댓글 실명제'에 대해 도입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댓글 실명제는 익명성 보장이란 인터넷의 기본 취지에 반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며 "(실명제로 인해)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어려워지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이 많아,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오지혜 기자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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