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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집 ‘복비’가 900만원? 중개수수료 3대 쟁점

입력
2020.09.02 10:00
수정
2020.09.04 09:4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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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의 모습. 연합뉴스

#. 40대 김모씨는 지난달 서울 동작구에서 송파구로 이사하면서 중개수수료만 1,500만원을 냈다. 공인중개업소에선 부가세 10%를 포함해 9억원 짜리 집을 팔 때 891만원, 11억5,000만원 아파트 구입에 1,140만원의 중개수수료가 원칙이라고 했다. 김씨는 “너무 비싸다고 항의해 가격을 낮추기는 했지만 단순히 매매만 알선하면서 폭리를 취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년 째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덩달아 오른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매매가는 9억원, 전세는 6억원을 넘기면 수수료가 두 배 가량 껑충 뛰는 구조인데, 집값 상승 여파로 이 구간에 해당되는 경우가 크게 늘어서다. 정부도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거세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①서비스는 그대로인데 수수료만 오른다?

2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체계 개편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5억원 짜리 주택임대를 중개하면 수수료한도가 200만원인데 6억원은 480만원으로 높아진다. 적합한 기준인가’라는 지적을 받자 “중개 수수료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고민을 해보겠다”고 답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라며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보수는 국토부의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과 각 시ㆍ도별 주택 중개보수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결정된다. 서울시의 경우 9억원 이상 매매 시 집값의 0.9% 이내에서 중개업자와 '협의해' 정하도록 한다. 6억~9억원은 0.5%, 2억~6억원은 0.4% 등으로 거래금액에 따라 상한요율이 달리 적용된다. 임대차 거래는 주택이 6억원 이상이면 0.8%, 3억~6억원 미만이면 0.4%, 1억~3억원 미만이면 0.3%의 상한요율이 적용된다.

현 제도는 2000년부터 20년간 큰 틀이 바뀌지 않았다. 다만 5년 전인 2015년 한 차례 개정을 거쳤다. 최고요율을 적용하는 고가주택 기준을 '매매 6억원, 전세 3억원'에서 각각 '9억원, 6억원'으로 상향한 것인데, 매매의 경우 중개 수수료율 적용 구간을 한 단계(6억~9억원) 신설해 수수료율 상한선 0.5%를 적용하도록 했다. 당시 국토부는 “2000년만 해도 6억원 넘는 아파트가 1% 내외였는데 2013년에는 25~30%에 달했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시 주택매매 및 임대 중개보수 요율.

서울시 주택매매 및 임대 중개보수 요율.


②매매보다 높은 전세 수수료?

문제는 그 후 아파트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올랐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의 중위값은 2015년 1월 4억8,038만원에서 올해 8월 9억2,152만원으로 두 배 가량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전세 중위값도 3억1,448만원에서 4억6,876만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서울 아파트 30% 이상이 9억원 이상에 거래되는 것으로 본다. 부동산114가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구간별 매매가격(시세 기준)을 집계해보니 조사 대상 124만여채 중 44.3%(54만9,974)가 9억원 이상이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서비스는 그대로인데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중개료가 크게 올라가는 건 납득이 안 된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수료 체계 개선을 요구한 한 청원인은 “10억원 이상 주택을 매매하면 중개업자는 최대 1,800만원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며 “현 정부가 그토록 경계하는 불로소득 아니냐”고 지적했다.

매매와 임대 간 수수료 역전 현상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가령 6억원 짜리 집을 매매로 거래하면 수수료 상한이 300만원(0.5%)인데 전세는 480만원(0.8%)까지 받을 수 있다. 2015년에 법 개정 당시에도 3억원 이상 구간에서 매매보다 임대 수수료가 크게 올라가는 역전현상이 문제가 돼 요율이 개정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구간을 3억원 이상에서 6억원 이상으로 올렸는데, 집값이 상승하면서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③공인중개사가 문제?

이런 비판에 공인중개업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현실에서는 일정 금액을 넘어가면 법정 요율만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거래가격이 올라가면 중개사들이 책임져야 하는 범위가 커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인중개사법에는 ‘중개의뢰인에게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책임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협회 측은 상한요율제가 아닌 고정요율로 개편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할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현 제도는 고객과 중개사 간 갈등만 부추기는 부작용이 큰 만큼 정확하게 몇 %를 줘야 하는지 법으로 정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업계는 2015년 수수요율 개편 당시에도 대규모 시위에 나서며 동맹휴업까지 결의하는 등 정부와 큰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개수수료 체계에 손질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해법에 대해선 여러 목소리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30억원 아파트를 거래하면 양쪽에서 수수료로 5,000만원을 받도록 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가격이 올라갈수록 요율을 낮춰주는 역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요율은 매매 기준 6억원 이하에선 가격이 비쌀수록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역진제를, 6억원 이상은 누진제를 적용하는데 집값 양극화가 심화된 만큼 단일하게 역진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개시장에 근본적인 체질 개선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단순중개만 하는 경우와 세무상담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을 분리해 수수요율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중개업소를 통해 모든 부동산 거래와 상담까지 가능한 ‘전속중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업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개업 공인중개사 규모는 10만9,800명에 달하고, 중개사시험 누적 합격자수는 40만명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취업난 등 여파로 올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역대 가장 많은 36만명이 지원하는 등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미국이나 일본의 수수료율은 6%에 달하는 등 한국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사실"이라며 "전문 소양을 갖춘 자격사들이 일정 수준 보수를 유지하도록 보장해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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