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파업 장기화, 환자들 버틸 한계 도달
전임의 사직서, 교수들 집단휴진 계속 이어져
전문가들 "중증환자에까지 피해갈수밖에"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학병원 전임의들까지 대거 사직서를 내고 교수들의 집단휴진 가세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이번 주 후반이 병상의 환자들에게 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일로 전공의들이 집단휴진(파업)에 돌입한 지 12일째에 접어들었고 수술 및 진료 연기 건수가 누적되면서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버틸 수 있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7일부터 대한의사협회(의협)의 3차 총파업이 예고되고 서울성모병원 외과 등 교수들의 휴진 일정도 잡혀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입장에선 금주말 안에 의정 갈등의 실마리가 풀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병원 소속 전공의 953명 중 895명(93.9%), 전임의 281명 중 247명(87.9%)이 사직서를 내고 업무 중단을 선언했다. 병원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료와 환자 치료 등은 차질 없이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소속 전임의 320여명 중 290여명도 각 과에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다만 사직서를 소속 과에서 보관하고 있는 상태로, 병원에 제출 및 수리되지는 않았다. 전북대병원도 전임의를 포함한 전문의 227명 중 27명이 사직서를 내진 않았지만 집단 휴진에 참여하고 있다. 또 충북도 내 전임의 14명도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전국 전공의와 전임의 휴진율이 각각 77.8%, 30%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교수급 의료진들까지 계속해 단체행동에 가세하면서 의료공백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전날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들이 7일 하루 동안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이날 같은 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들도 “젊은 의사를 겁박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4대 의료정책 관련 입법 활동을 전면 철회하라”며 “전공의가 불이익을 당하면 교수 일동은 사직을 포함한 모든 단체 행동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들도 "전공의들에 부당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이밖에 충북대병원 임상교수협의회와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가톨릭중앙의료원, 동산병원 소속 교수급 의료진도 파업을 지지하며 진료 중단 움직임에 힘을 더했다.
의료계에선 수술과 치료가 미뤄진 환자들이 무기한 버티긴 어려워 당장 주말이 고비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대학병원이 멈춘 지 열흘이 넘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환자들 피해는 더욱 커진다”며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운영해도 초응급환자를 진료한다는 것이지 골절환자들은 후순위로 밀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상황이 국민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며 “주말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성출 전북대 의대 교수도 “(의사 파업이 장기화하면) 목숨과 직결되는 중증환자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밖에 없고 매우 심각한 타격이 있다”며 “암환자들은 암세포가 번지기 전에 빨리 수술을 해야 하고, 항암제만으로는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포화상태인 환자수에 비해 일찍이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공백이 커 의료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주요 대학병원의 수술 건수는 평소 대비 50% 이하로 유지되고 있으며, 구급대원이 이송하는 응급환자를 수용할 여력 또한 부족하다.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대한 처벌과 정부의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12개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귀명령을 거부하는 전공의,전임의 등 의료인을 전원 사법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앞으로 항의서한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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