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욱 "내리막 보이지만 아슬아슬하다"
1, 2일 확진세 파악하면 거리두기 효과 가늠돼
전문가들 "지금은 감소세 아닌 정체기"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첫 확진자 발생(1월 20일) 후 7개월여 만이다. 이 중 4분의 1에 달하는 5,412명은 최근 19일간 쏟아졌다. 대구ㆍ경북 신천지 신자를 중심으로 국내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2월 22일(190명) 이후 19일간 7,599명이 감염된 것에 비하면 적은 수치이지만 상황은 당시보다 심각하다. 특정 집단과 지역을 집중적으로 관리했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종교 소모임과 방문판매 등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서 새로운 집단감염이 속출하는 데다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등 강력한 방역지침에도 불구하고 확산세가 단번에 잡히지 않고 있는 이유다.
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전일 대비 235명 늘어 누적 2만182명에 달했다.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8일(371명) 이후 5일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8ㆍ15 광화문 집회발 n차 감염이 잇따르고 있고,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발생이 누적되고 있어 방심하기 이르다. 권준욱 중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리막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다"고 말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도 브리핑에서 "확진자 수 감소는 지난 주말의 검사량 감소가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오늘과 내일(1일과 2일) 확진자 수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수도권을 중심으로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효과 등을 판가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꾸준한 확산세는 여전히 위험요인이다. 이날 0시 기준 지역사회 발생 222명 중 175명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수도권 발생 확진자는 지난달 15일(145명) 이후 계속해 세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날 정오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 1,083명 중 수도권 발생은 1,007명에 달했다. 전체의 약 93%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다. 반면 8ㆍ15 광화문 집회발 확산세는 비수도권으로까지 맹렬한 기세를 떨치고 있다. 정오 기준 누적 확진자(419명)의 46.5%인 195명이 비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추가 전파 발생 장소만 10개소로, 해당 장소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총 113명이다.
특히 두 사례의 경우 여전히 검사를 받지 않고 버티는 관련자와 접촉자가 많아 향후 확진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지난달 31일 오후 6시 기준 교인 및 방문자 등 관리 대상자 5,300명 중 1,400여명이 아직 검사를 받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 검사를 거부하거나 아예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다. 검사를 받은 3,900명의 양성률은 18.4%에 달한다. 광복절 집회 관련해서도 관리대상자 4만7,000여명 중 7,000여명이 검사를 거부하고 있다. 검사를 받은 1만8,000여명의 양성률은 1.7%다. 사랑제일교회 신자이면서 집회에 참석한 이는 639명으로 이 중 280명이 검사를 완료했고, 양성률은 31%로 나타났다.
전국 각지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집단감염도 골칫거리다. 정오 기준 서울 도봉구 운동시설 관련해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 발생 후 6명이 추가 확진됐고, 경기 시흥시 음악학원 관련해서도 29일 첫 확진자 발생 후 17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 광명시 나눔누리터 관련해서는 27일 첫 확진자 발생후 14명이 더해졌다. 부산 연제구 오피스텔 모임 관련 접촉자 조사 중 2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10명에 달했고, 울산 남구 지인모임 관련해서도 지난달 30일 첫 확진자 발생 후 6명이 추가됐다. 울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건 처음이다.
거리두기 2.5단계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도 방역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에 접수된 방역수칙 위반 관련 신고는 1,189건에 달했다. 밀폐된 모델하우스에서 열린 경품행사에 50명 이상이 참석하거나 고객 접촉이 빈번한 보험설계사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또 해당 기간 행정조치 위반으로 615건이 신고됐는데, 이 중 교회 대면예배 관련이 279건으로 45.3%에 달했다.
전문가들도 현재 상황을 '감소세'라기 보단 '정체기'로 보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교수는 "이번 주말까지 (신규 확진자가)100명 미만으로 떨어져야 비로소 강화된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러지 않으면 방역당국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도 "지금은 2월 대구ㆍ경북지역에서의 1차 고비, 5월 초 수도권 유흥시설 중심의 2차 고비에 이어 세 번째 고비"라며 "위험한 고비의 서막일지 또는 한가운데일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