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지난 7월 공시 오류 일괄 재공시 명령
8월 한달 공시만 7361건... 지난해보다 24배 ↑
문제 지적받은 정의연도 지난달 말 일괄 재공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을 계기로 기부금 회계 문제에 경각심을 갖게 된 공익법인(장학ㆍ자선 등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들의 재공시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국세청 홈택스에 등록된 공시 건수가 지난해보다 24배 폭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국세청 홈택스의 공익법인 공시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국세청 홈페이지에 새로 등록된 공익법인 공시는 총 7,361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06건에 비해 2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 중에서 90% 이상이 한 번 공시했던 내역을 수정해 재공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국세청은 매년 7월 공익법인들의 이전 회계연도 공시 내역을 검토한 뒤, 기부금 사용 내역 등 결산 서류에서 문제 혹은 오류가 발견된 공익법인들을 대상으로 재공시 명령을 내린다. 문제가 지적된 공익법인들은 8월 말일까지 반드시 재공시를 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회계연도 법인 총자산의 0.5%에 해당하는 가산세를 물게 된다. 가산세를 내지 않기 위한 공익법인들의 재공시가 8월에 몰리는 이유다.
국세청은 정의연 사태를 계기로 공익법인의 부실한 회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공익법인 공시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 각종 오류들을 세세히 검토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예년에 발견되지 않았던 공익법인들의 회계 오류가 이 검증 시스템에 적발됐고, 가산세를 피하기 위한 공익법인들의 '재공시 러시'가 지난달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기부자로부터 받은 기부금ㆍ보조금 수익 공시 누락 △수혜 인원 반복 기재 등의 문제점을 지적받은 정의연도 지난달 30, 31일에 2017~2019년 결산 서류를 수정해 재공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2019년 회계연도 결산 서류를 지난달 31일 재공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공익법인 공시 관련 검증 작업을 이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국세청의 재공시 명령과 별개로, 공익법인들이 회계 담당 직원을 새로 채용하거나 세무사를 고용하는 등 자체적으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재공시 과정을 거친 7,000여건 중 상당수가 정의연 사태를 계기로 회계 문제에 경각심을 가진 공익법인들이 자체적으로 오류를 수정해 공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익법인 관계자는 "그동안 잘 모른다거나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회계를 뒷전에 놓은 게 사실"이라며 "기부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진 만큼 앞으로 기부금 회계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영리단체의 회계 투명성을 평가하는 한국가이드스타의 박두준 사무총장은 "국세청이 정의연 사태를 계기로 책임감을 갖고 공익법인 공시 오류들을 전반적으로 검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익법인들도 자체적으로 재공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시민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상당히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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