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일주일 빨리 출격... "트럼프는 '독소'"
중도층 의식한 선긋기... "폭력은 항의가 아냐"
트럼프, 인종차별 항의시위 커노샤 방문 강행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달 31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옛 제강공장 부속건물에서 연설하고 있다. 피츠버그=AP 연합뉴스
'조용한 선거전'을 이어가던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5개월여만에 현장으로 뛰어나왔다. 예정보다 일주일 빠른 전격적인 유세 재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추격세가 가파르다는 방증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독소 같은 존재'라고 독설을 쏟아냈고, 중도층을 의식한 '폭력 반대ㆍ안전 확보' 구호도 반복했다. 다만 상징적인 경합주(州) 위스콘신 사수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상승세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옛 공장 건물을 찾아 25분간 현장 연설에 나섰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주로 델라웨어주 자택에 머무르며 온라인 선거전을 이어가던 전략에서 탈피한 것이다. 애초 오는 7일 노동절 연휴 이후에나 현장 유세에 나서겠다던 기존 방침을 뒤집고 전격적으로 핵심 경합주이자 고향인 펜실베이니아를 찾았다.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맹추격이 눈에 띄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는 연설에서 "트럼프는 4년간 이 나라에 독소 같은 존재였다"면서 "우리가 (이번 대선에서) 이 독소를 제거할지, 영원히 이 나라의 특성이 되도록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트럼프)는 오래 전에 도덕적 지도력을 상실했다", "미국이 두려움 속에 살게 하려 한다" 등의 공격도 이어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은) 이날 연설에선 트럼프라는 이름을 32번이나 언급했다"면서 "지난달 20일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에서 트럼프를 한 차례도 입에 올리지 않았던 것과 차이가 컸다"고 평했다. 코로나19 실정 지적에서 조금 더 직설적인 공격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모양새다.
동시에 바이든 후보는 인종차별 시위의 과격화도 경계했다. 그는 "폭동과 약탈은 항의(시위)가 아니다"면서 "폭력은 변화가 아니라 파괴만 가져온다"고 했다.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최근 제이컵 블레이크 총격 사건 등으로 인종차별과 경찰의 폭력성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인 셈이다. 온건 중도층을 겨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스콘신주 커노샤 방문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같은 날 오후 백악관 브리핑에서 "바이든은 평화시위라는 거짓말을 반복하며 파괴자들을 정신적으로 지원한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전략을 '좌익 무리에 항복'하는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또 블레이크 총격 항의시위가 이어지는 위스콘신 커노샤를 1일 방문하는 계획도 강행하기로 했다. 경찰서 등 법집행기관은 찾지만 블레이크 가족은 만나지 않았다. '법ㆍ질서' 강조 전략을 통해 백인 보수층 유권자를 결집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브리핑에서 "미국에서 폭력과 파괴가 진행되는 지역은 민주당이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급진좌파 바이든이 폭력시위를 조장한다'는 비판 프레임을 몰아가려는 전략이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마르크스주의 조직"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바이든 후보에 대해선 "트럼프의 미국이 아니었다면 한 번도 보지 못한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 급진주의 좌파에 대한 통제를 잃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공세가 선거인단 10명이 걸린 경합주 위스콘신에선 먹히는 분위기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직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8%포인트 뒤졌지만 실제 투표에선 0.7%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마르퀘트대 로스쿨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항의시위 지지율은 8월 들어 6월보다 13%포인트 떨어져 찬반 여론이 팽팽했다. 위스콘신에서도 커노샤 사건 이전부터 밀워키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항의시위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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