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으로 5일까지 '일단 멈춤'
석탄은 광산 도시 태백에 빛과 그늘을 동시에 안겼다. 석탄산업이 활황이던 1983년 14만명에 근접했던 인구는 현재 4만3,000명 선으로 줄었다. 이제 박물관이나 역사관에 가야 전성기의 추억을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시설이 철암탄광역사촌이다.

태백 철암탄광역사촌은 옛 탄광촌의 주택 겸 상가 건물을 활용한 전시시설로 건물 자체가 역사적 유산이다.

'호남슈퍼' 간판이 걸려 있지만 내부는 탄광촌의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태백 철암탄광역사촌 까치발 집 뒤편에 작업 현장으로 가는 남편을 배웅하는 아낙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름에서 짐작하듯 새로 돈 들여 번듯하게 지은 시설이 아니다. 집 지을 땅이 부족해 하천에 까치발처럼 골격을 세우고 2~3층 높이로 올린 상가 겸 주택 건물이다. 허름한 외관만 보면 버려진 건물인 줄 알고 지나치기 쉽다. 가까이 가면 빛 바랜 옛날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호남슈퍼ㆍ진주성ㆍ봉화식당ㆍ한양다방, 가게 이름만 봐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간판 그대로 내부는 전시장으로 꾸며졌다. 새까만 얼굴에 하얀 눈동자만 드러난 광부와 산중턱까지 다닥다닥 이어진 판잣집 사진, 광산촌의 역사가 전시돼 있다. 보잘것없지만 행복했던 시절의 풍경과 조형물이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건물 옥상은 길 건너편 장성광업소 선탄시설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꾸몄다.
매년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지만 철암탄광역사촌이 언제까지 버텨 줄지는 알 수 없다. 2013년 역사촌을 개설할 당시에도 ‘남겨야 하나, 부수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결국 ‘철암 까치발 건물들은 근대 탄광지역 생활사의 흔적으로 소중히 기억될 것’이라는 기대로 외관을 손대지 않은 채 전시관으로 활용됐다. 전시물보다 건물 자체가 더 큰 의미를 지닌 박물관이다.
한때 345개소에 달했던 전국의 탄광은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조치 이후 현재 4곳으로 줄었다. 대한석탄공사에서 운영하는 태백의 장성광업소, 삼척의 도계광업소, 전남 화순광업소와 ㈜경동에서 운영하는 삼척의 상덕광업소가 전부다.
태백시가 지난 6월부터 장성광업소 일부 시설을 둘러보는 ‘철암역두 선탄시설’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광산이 쉬는 주말 이틀간 하루 4회 각 15명씩 둘러보는 무료 한정 투어다. 장화세척장에서 출발해 백산갱도 입구까지는 ‘방한갱도’로 이동한다. 겨울철 추위를 막기 위해 설치한 통로다. 장성광업소는 지하 947m까지 내려가는 수직갱도다. 갱도 입구가 해발 600m 안팎임을 고려하면 해수면에서도 300m 이상 내려간다. 이 수직갱도를 중심으로 345km에 달하는 채광 굴이 거미줄처럼 연결된다. 물론 투어 참가자가 갈 수 있는 곳은 갱도 입구까지다. 그 갱도로 광부를 실은 인차도 다니고 석탄과 장비를 실은 광차도 이동한다. 신선한 공기도 함께 주입된다. 입구에서 부는 찬바람에 온몸이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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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광업소 백산갱도 입구. 철암역두 선탄시설 투어 참가자들은 갱도 입구까지만 갈 수 있다.

철암역두 선탄시설로 이동하는 통로에 차량 바퀴의 분진을 제거하는 물이 고여 있다.

철암역두 선탄시설 투어는 실제 석탄을 화물열차에 부리는 시설까지 둘러본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단 5일까지 투어는 중단된 상태다.
다음은 연탄공장을 거쳐 선탄장으로 이동한다. 원탄에서 이물질을 가려내고, 가루로 만들어진 석탄을 화물열차에 싣기까지의 과정을 포괄하는 시설이다. 이쯤 되면 석탄 먼지를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게 아닌가 걱정되는데, 민망하게도 신발 바닥만 조금 까매지는 수준이다. 분진을 없애는데 그만큼 신경 쓴다는 얘기다. 어릴 적에 시냇물은 원래 까만 줄 알고 살았다는 해설사의 말을 들으면 격세지감이다.
장성광업소를 사이에 두고 철암에서 장성으로 넘어가면 ‘365세이프타운’이 있다.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의 반대급부로 2010년 개장한 세계 최초의 안전 체험 테마파크다. 10년의 세월이 흘러 최근 노후한 시설과 영상을 대폭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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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장성동의 안전체험 테마파크 365세이프타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5일까지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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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365세이프타운의 산불 재해 체험 영상. 헬기를 타고 진화 현장을 따라 가는 형식으로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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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365세이프타운의 완강기 체험. 완강기는 모든 숙박시설에 비치된 시설로 실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용법을 알아두면 유용하다.
종합안전체험관에서는 지진ㆍ설해ㆍ산불ㆍ풍수해 등의 위험성을 4D시설로 체험한다. 산불 재난 체험은 실제 헬기를 타고 진화 현장으로 출동하는 것처럼 실감난다. 보트를 타고 상하좌우로 요동치며 위험에서 벗어나는 풍수해 체험도 스릴이 넘친다.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과 몸으로 전해지는 짜릿함이 너무 생생해 자칫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보다 재미있는 놀이시설로 착각할까 염려될 정도다. 이에 비해 소방안전체험관은 실제 위험에서 응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소화기 사용법, 농연에서 벗어나기, 완강기로 탈출하는 체험은 실제 화재 상황에서 알아두면 유용한 기술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800m 문필봉 산마루에 오르면 챌린지월드가 기다리고 있다. 트리트랙과 집라인 등 모험심을 기르고 심신을 단련할 수 있는 시설이다. 케이블카에서는 장성 일대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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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365세이프타운의 케이블카. 안전체험관에서 챌린지월드로 이동하는 시설이다.

태백 365세이프타운의 트리트랙 체험. 공중에 매달린 발판을 이동하며 담력을 기르는 시설이다.
365세이프타운 자유이용권 가격은 2만2,000원, 이 중 2만원을 태백의 식당과 가게에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는 태백사랑 상품권으로 되돌려준다. 케이블카 탑승료도 1만2,000원 중 1만원을 같은 방식으로 돌려주기 때문에 모든 시설을 이용하더라도 4,000원인 셈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행도 당분간 ‘일단 멈춤’이다. 365세이프타운과 철암역두 선탄시설 투어도 5일까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상황이 안정되면 가볼 곳으로 저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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