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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에는 제주 오지 마라” 아버지의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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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에는 제주 오지 마라” 아버지의 당부

입력
2020.09.01 16:58
수정
2020.09.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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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일새 코로나 확진자 20명?
청정지역? 옛말 불안감 커져?
사적 모임 등 자제? 분위기 확산

“매년 추석 전 친척들과 함께 하던 벌초는 반드시 참석하라고 신신당부하던 아버지가 올해는 아예 내려오지 말라고 하네요.”

서울에 사는 회사원 김모(49)씨는 며칠 전 제주도에 거주하는 아버지 전화를 받고 이달 셋째 주말에 예약했던 제주행 항공편을 취소했다. A씨는 “다른 일은 몰라도 벌초는 꼭 챙기라는 아버지가 먼저 연락해 내려오지 말라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서울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친척들이 불편해 할 수 있고, 항공기를 타고 내려오다 감염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추석 당일 성묘를 지내는 풍습이 없는 제주에서는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괸당(친척의 제주어)’들이 모두 모여 자신의 직계 조상의 묘 구별 없이 모든 묘의 잡초를 베어내는 ‘모듬벌초’가 이뤄진다. 제주도 제공.

추석 당일 성묘를 지내는 풍습이 없는 제주에서는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괸당(친척의 제주어)’들이 모두 모여 자신의 직계 조상의 묘 구별 없이 모든 묘의 잡초를 베어내는 ‘모듬벌초’가 이뤄진다. 제주도 제공.


추석 당일 성묘를 지내는 풍습이 없는 제주에서는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괸당(친척의 제주어)’들이 모두 모여 조상들의 묘를 돌며 벌초를 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벌초에는 서울을 비롯한 육지부는 물론 일본 등 해외에 나간 친척들까지 고향을 찾는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는 추석 당일 고향을 찾지 않는 것보다 벌초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더 큰 불효로 여길 정도다.

제주도도 1일 벌초철과 추석연휴 기간 수도권 지역 도민들의 고향 방문을 최대한 자제해 줄 것을 강력 권고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민족 대명절인 추석은 가족ㆍ친척이 따뜻한 정을 나누는 소중한 문화이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한 지금은 방역이 최우선”이라며 “지금의 위기를 잘 막아내야 다음 명절에는 그 동안의 수고를 서로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코로나19 공포가 제주도민들이 일상생활까지 바꿔놓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수도권 중심으로 재확산되고, 도내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12일간 제주에서는 20명이 확진판정을 받았고, 확진자들의 동선에 도민들도 평소에 자주 가던 마트와 온천, 음식점 등이 포함되면서 불안감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달 광복절 연휴 때까지만 해도 제주는 타 지역에 비해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아, 상당수 도민들이 마스크를 착용 하지 않는 등 코로나19에 대한 체감도가 낮았다. 하지만 불과 10여일 만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는 집 옆 편의점도 가지 못할 정도이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임 등을 자제하면서 북적거리던 상가 거리와 음식점 등에 발길이 크게 줄었다.

제주시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그나마 제주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확진자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며칠 사이 손님들이 크게 줄었다”며 “영업도 영업이지만 아이들 등교부터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답답하고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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