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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 대륙과 '도로'를 이었다

입력
2020.09.03 04:30
수정
2020.09.08 16: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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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겐 H ', 오른쪽 주행의 날(9.3)

스웨덴이 차로 주행방향 변경을 단행하며 운전자 홍보를 위해 속옷에까지 새겼던 안내 로고. 위키피디아.

스웨덴이 차로 주행방향 변경을 단행하며 운전자 홍보를 위해 속옷에까지 새겼던 안내 로고. 위키피디아.


1921년 조선총독부령으로 시작된 좌측 보행 원칙이 2010년 우측 보행으로 바뀌는 데도 적잖은 반발과 저항이 있었다. 예산 낭비다, 혼란을 초래한다, 실익은 뭔가…. 습관과 심리적 거부감이 가장 컸을 것이다.

스웨덴은 1967년 9월 3일, 자동차 주행 방향을 '하루아침에' 전환하는 과감한 모험을 단행했다. '다겐 H(Dagen H, H-Day)', 즉 '오른쪽 주행(Hogertrafik)의 날'이다.

좌측 차로로 주행하는 국가는 영국과 일본, 호주외에 동남아 등에 몇 곳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한국처럼 좌측 운전석, 우측 차로 주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 옛 영국령 몰타와 키프로스를 뺀 유럽 국가도 모두 우측 주행이다. '다겐 H' 전까지 스웨덴은 아니었다.

당시 기준 연간 500만대의 차량이 주행 방향이 반대인 노르웨이와 핀란드를 오갔고, 불편과 사고 위험이 컸다. 게다가 차량 90%가 운전석을 좌측에 둔 우측 주행용이었다. 차로 변경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국민들은 반대했다. 1955년 투표에선 83%가 변경을 거부했다. 차량은 급속히 늘어났고, 미룰수록 혼란은 커질 형국이었다. 1963년 스웨덴 정부와 의회는 '국민적 합의'에 반해 결정을 단행했다.

한날한시에 전국 모든 도로의 교통 표지판과 화살표를 바꿔야 하는 일이었다. 신호등과 교차로도 재배치하고, 버스 출입구와 정류장도 손봐야했다. 스웨덴 당국은 미리 설비를 갖춰 가림막이나 테이프로 가렸다가 일시에 철거(제거)했다. 운전자 교육을 위해 우유팩에도, 속옷에도 차로 전환 홍보 그림을 실었다.

D-데이(일요일) 새벽 4시 50분, 전국의 모든 도로가 차단됐다가 10분 뒤 열렸다. 당일 교통사고는 157건, 월요일에는 125건이 접수됐다. 그 전 월요일의 130~198건보다 오히려 줄었고, 중대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사고율은 운전자들이 새 방향에 익숙해진 뒤부터 예년 수준으로 높아졌다. 1968년 5월 아이슬란드도 우측 주행에 동참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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