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병원 외과교수들 "7일 진료ㆍ수술 중단"
경북대 피켓시위… 중앙대 사직 성명서?
서울대병원 전공의 953명 중 895명 사직서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 정책을 둘러싸고 보건복지부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사이에 불붙은 갈등이 의과대학 교수집단에까지 번졌다. 31일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은 의대교수들 가운데 처음으로 진료 중단을 결의했고, 경북대 의대교수들은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을 향해 피켓 시위를 벌였으며, 중앙대 신경외과 교수들은 사직 성명서를 공개했다. 전공의와 전임의가 떠난 의료현장을 마지막까지 지킬 것이라 믿어왔던 교수들마저 전공의들과 같은 길에 하나둘 오르면서 의료진이 사라진 텅빈 대학병원을 마주하는 악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 일동은 9월 7일 하루 동안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다. 의대 교수들이 단체행동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성모병원 외과는 이날 회의를 열어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린 업무개시명령에 항의하고 의료 정책 재논의를 촉구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9월 7일은 대한의사협회가 3차 의사총파업을 예고한 날이다. 이 병원 외과는 당일 업무를 중단하지만 응급환자, 중환자, 입원환자 진료는 진행하기로 했다.
경북대 의대 교수들은 피켓시위를 벌였다. 복지부 공무원들이 전공의 및 전임의들의 업무개시명령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북대에 현장 조사를 나왔고, 교수 30여명은 조사단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침묵시위를 했다. 시위에 참가한 이 병원 정형외과 전임의는 “교수들은 정부가 경북대 전공의를 고발할 경우 사직서 제출 등의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사실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4대 의료 정책에 비판적이긴했으나 전공의들과의 갈등을 관망해왔다. 그러나 지난 28일 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고발하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28, 29일 이틀 동안 가톨릭대, 경희대, 고려대, 부산대, 서울대, 성균관대(삼성서울병원), 순천향대, 연세대 등 20개가 넘는 의대ㆍ의전원 교수들이 성명서를 내 정부의 전공의 고발 철회, 의료정책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 교수들은 응급실, 중환자실, 코로나19 관련 진료를 제외한 진료의 축소, 단계적 파업, 교수 사직서 제출 등 강력한 집단행동까지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교수들의 정부 비판 성명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은 “전공의 중 단 한 명이라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 교수 일동은 사직을 포함한 모든 단체 행동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견문을 발표했다.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9명은 ‘사직 성명서’를 내 “정부 정책이 철회되고 전공의 고발이 취소될 때까지 전공의와 함께 할 것”이라며 “모든 교수가 전원 사직함으로써 우리의 의지를 천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많은 대형병원 교수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전임의들까지 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국전임의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가 4대 의료정책 관련 법안을 또 다시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모든 업무를 중단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원의 전임의 281명 중 247명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고려대구로병원도 지난주 전임의 60명 중 43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본원ㆍ분당ㆍ보라매 병원의 전공의 953명 중 89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본과 4학년을 제외한 서울대 의대생 83%도 휴학계를 내 전공의 진료중단에 힘을 더했다.
정부는 이날 9월 1일 예정됐던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9월 8일로 일주일 미루며 3,000명의 신규 의사 공백이라는 파국은 막은 상황이다. 그러나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의대생들이 국시 거부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인데다 전공의, 전임의, 의대 교수들까지 가세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갈등을 풀기가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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